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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TF초점] 민주·한국당 '원팀' 만든 '선거제 개편'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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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6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함께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손을 맞잡고 있는 두 원내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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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놓고 속내 다른 거대 양당과 군소 정당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없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과 연계해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해 온 야3당은 즉각 반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평소 으르렁대며 원수로 지내던 민주당과 한국당은 '원팀'이 됐고, 두 야당 대표가 동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례적 장면이다. 대체 선거제도 개편이 뭐길래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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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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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요구 연동형 비례대표제, 거대양당엔 '손해' 소수정당엔 '기회'

야3당이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이다. 우리나라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원을 뽑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분배한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현재와 같이 지역별로 국회의원을 뽑지만, 이후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는 의석을 얻은 당엔 비례대표로 의석수를 보전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즉,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문제 될 게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측의 입장이 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세부적 내용은 갈릴 수 있지만 일단 공통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을 줄이자는 방향이다. 따라서 현행 선거제도 안에서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갖고 있는 거대양당 민주·한국당은 의석이 줄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당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 의석을 얻지 못해도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보전받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 예를 살펴보면 이해하기는 더 쉽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지역구에선 민주당이 115석, 한국당이 105석, 국민의당이 25석, 정의당이 2석을 얻었다. 여기에 비례대표만 따로 정당 득표율을 따져 민주당에 13석(25.5%), 한국당 17석(33.5%), 국민의당 13석(27%), 정의당 2석(7.2%)이 주어졌다. 결론적으로 민주당 128석, 한국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4석이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시 결과에 적용하면 300석 기준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보전해 국민의당은 75석 정도, 정의당은 20석 정도를 얻게 된다.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한국당이 정치적 득실을 따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소극적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거대 양당 입장에선 의석수가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선거제 개편은 반드시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한다"며 "개인적으론 거대 양당이 양보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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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야3당. /문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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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은 시대적 요구'… 그러나 부정적 시선도

야3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면서 줄곧 이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 또한 선거제 개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찬성하는 분위기가 더 우세하다. 지난 20~22일까지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42%였다. '좋지 않다'는 29%, '유보'도 29%였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응답률 13%,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없지는 않다. 우선 현 정치권에 대해 국민 불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 군소 정당에선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세비만 더 들고, 일 못 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물음엔 반대 입장이 57%에 달했다.

또한 현재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의회 권력이 약화돼 부정적 결과가 생길 수 있단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전문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삼권분립이 무너진다. 현 권력구조 내에선 맞지 않다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야3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예산안과 연계시켰다는 것 자체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볼모로 선거법을 관철시킨다는 데 어느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법 개정은 정개특위를 통해 논의하고 처리해가면 된다. 야3당은 예산안을 선거법과 연계시키는 단 한 번도 사례가 없었던 일을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편 예산안 연계는) 잘못된 행태"라며 "예산안 심의는 철저히 하는 게 국회의 기본 임무이며 다른 사안을 예산안과 연계시키는 폐해가 과거 야당으로부터 있었기에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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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을 배제하고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예산안과 연계해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 요구해 온 야3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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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거대양당 더불어한국당의 야합"… 손학규-이정미, 단식 농성 돌입

선거제도 개편 요구 수용 없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야3당은 크게 반발하며 8일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2018년 정기국회가 거대정당의 야합과 더불어한국당 창당으로 마무리된 것은 유감"이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중죄에 대한 책임을 이들과 함께 지게된 것은 더욱 유감"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나라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 개혁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정치개혁을 저지한 더불어한국당에게는 민생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평화당은 결코 민자당 연대의 세비인상에 찬성한 적 없다. 이게 촛불정신이고,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개혁정부냐. 더불어 적폐로 변신한 민주당에게 묻고싶다"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심은 저버리고 기득권 챙기기에 너와 내가 따로 없는 거대양당의 횡포가 어느 때보다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확인시켜줬다"며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겠다면 12월 임시국회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칙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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