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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우원식 승리’에 “민주당 탈당하겠다”는 지지자들…일부는 ‘지켜보겠다’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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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적 과반 득표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원내 1당이 국회의장 맡는 게 관례…전반기 의장 선임 사실상 확정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뒤통수 맞았다’ 등 반응…‘명추연대’ 표현과 무관치 않아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사진 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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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당심’이 강하게 작용해온 것으로 여겨진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을 꺾고 우원식 의원이 16일 국회의장 후보에 오르자, 민주당 지지자들 특히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이날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 의원을 선출했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우 의원은 ‘추미애 우세’라는 예상을 깨고 재적 과반을 득표했다.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이 내는 것이 관례로 각 당이 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추천하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조정식·정성호 의원까지 더해 ‘4파전’이 예상됐으나 두 사람이 중도에 물러나면서 추 당선인과의 양자 구도가 형성됐고, 뚜껑을 열어보니 추 당선인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던 관측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국회의장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으로 당선인의 압도적 과반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우 의원의 전반기 국회의장 선임은 사실상 확정이다.

운동권 출신인 우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파인 재야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에서 활동하다가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당내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오랜 기간 이끌며 현장을 누볐고, 문재인 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실천력과 협상력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 의원은 수락 인사에서 “민심의 뜻에 따라서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 국민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국민 권리를 향상시켜 나갈 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의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 올바른 일이 있으면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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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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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원이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국회의장 선거 결과는 당선인들의 표만으로 결정되지만 당원들의 마음, 즉 ‘당심’을 기준으로 삼는 이도 더러 있는 만큼 당원들의 여론이 국회의장 선거에 영향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추 당선인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같은 달 30일 공개한 ‘정치·사회 현안 130차 여론조사’의 국회의장 적합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0.3%, 민주당 지지자로 폭을 좁히면 무려 70.6%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민주당 지지자만 놓고 보면 우 의원 지지율은 3.7%에 불과했다. 정 의원과 조 의원의 지지율은 각각 4.8%와 3.6%였다. 민주당 지지자라 밝힌 응답자 100명 중 4명의 지지만 받던 우 의원이 70명의 지지를 받는 추 당선인을 꺾었다는 얘기가 된다.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3%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추 당선인은 2016년 당 대표로 선출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대선 승리를 진두지휘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아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굵직한 경력의 소유자다. 선명한 개혁 성향으로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의 우군을 자임하며 ‘명추연대’라는 말을 낳기까지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우 의원 승리에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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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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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지지자들은 ‘너무 충격을 받았다’ ‘대다수 당원들이 추미애 당선인을 원하는데 왜 그러느냐’ ‘당원들이 검증된 추미애를 밀어줬는데 걷어찼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서 진정이 되지 않는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우원식의 언행 하나하나를 지켜보겠다’는 경고까지 나온 가운데, 일부는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글을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남기고 있다. 추 당선인을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글도 눈에 띈다.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 출신이 맡아왔으며, 2명이 전반기와 후반기로 2년씩 임기를 나눠 선출된다. 1당이 내부 경선을 통해 추천한 후보가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당선된다. 통상 5선 이상 중진 의원 중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 맡는 편이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선출 후, 자신이 소속된 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국회 수장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의원들이 우리나라에 오거나 반대로 순방에 나서면 각국 의원들을 만나 국가 간의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하는 의회 차원 외교 역할 등을 수행한다.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는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하고, 부의장과 함께 대통령 만찬에도 참석한다. 한마디로 안 하는 것 빼고 다 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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