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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혼 시 로또 당첨금도 재산분할 대상?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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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약 10년 넘게 함께 산 부부다. A씨는 치과병원을 운영했고, B씨는 주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A씨는 본인이 구입한 복권으로 1등에 당첨됐고, 22억원 이상의 당첨금을 받았다. B씨는 남편에게 시계나 차를 사줄 것을 요구했으나, A씨는 거절하고 주식 등에 투자했다. B씨는 남편이 인색하다고 여겼고, 부부 갈등은 점차 심화됐다. 결국 B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A씨가 받은 로또 당첨금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이 될까?

세계일보

이혼 소송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재산분할 문제입니다. 이혼 시 부부의 공동재산은 분할 대상이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재산이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혼 소송의 쟁점이 되는 일이 잦습니다. 위 사례에서도 로또 당첨금이 재산분할 청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이혼 시 부부의 일방은 상대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권이죠.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여기서 ‘실질적인 공동재산’이란 부부가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뜻합니다. 그리고 부부 일방이 혼인 중 경제적 활동을 통한 소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하였다면 이는 쌍방 협력으로 이룩된 재산으로 인정받아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동생활 중 쌍방 협력에 의해 공동 노력으로 형성·유지된 것이 아닌 재산은 ‘특유재산’으로서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는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소유한 재산이 해당합니다. 그러나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분할할 수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일방이 적극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된다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B씨는 “전 남편이 혼인기간 중 부부 공동재산을 이용해 로또를 구입했고, 평소 ‘로또에 당첨되면 절반을 나눠주겠다’고 말해왔으므로, 당첨금 내지 당첨금이 반영된 현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에 포함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A씨가 로또 당첨금을 전 부인과 분할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로또 당첨금은 A씨가 자신의 행운에 의해 취득했을 뿐 부부가 공동 협력해 이룩한 재산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의 특유재산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A씨가 당첨금을 받은 뒤 전 부인은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당첨금 중 상당한 재산을 소비하여 전 남편의 특유재산을 감소시켰을 뿐, 증식이나 유지에 협력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재판부는 로또 당첨금이 A씨의 특유재산이고, 전 부인은 그 재산을 유지·증식하는 데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판단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위 사건은 로또 당첨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당첨금 이외에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 등 다른 특유재산을 둘러싸고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쟁점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될 수 없으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대상이 될 여지가 있고, 분할 비율도 달리 정하여 질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김남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namgo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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