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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읽다]"아, 따뜻해"…'핫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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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다양한 종류의 핫팩.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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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침대밖이 위험해도 집밖으로 나가야 하는 계절이지요. 그럴 때 가장 위로가 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핫팩'입니다.

따뜻한 온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 마음마저 훈훈해집니다. 불과 몇 초만에 후끈해지는 핫팩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요즘은 '1회용 가루형' 핫팩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1회용 가루형 핫팩은 포장지를 뜯고 흔들기만 하면 바로 열을 냅니다. 핫팩 부직포 주머니 속에는 철가루와 활성탄, 소금과 톱밥, 질석 등이 들어 있습니다. 소금과 활성탄은 철가루가 산화되는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질석과 톱밥은 단열재 역할을 해줍니다.

핫팩을 흔들거나 주물럭거리면 안에 있는 철가루들이 촉매제, 단열재들과 고루 섞이면서 부직포의 구멍으로 스며든 산소와 만나 산화철인 녹이 만들어 집니다. 이런 산화반응이 진행될 때 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보통은 철의 산화 반응이 매우 느리게 진행돼 발생하는 열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촉매인 활성탄과 소금이 섞이면서 철가루의 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불과 몇 분만에 핫팩의 온도는 30~70℃까지 높아집니다. 한 번 산화반응이 진행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없는 1회용이지만, 산화반응은 오랜 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최소 8시간 이상 열이 지속되는 것이지요.

가루형 핫팩이 대세가 되기 전에는 '액체형' 핫팩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액체형 핫팩의 장점은 1회용인 가루형과 달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말랑말랑한 액체가 가득 차 있는 얇은 플라스틱 주머니 속의 '똑딱이(작은 금속버튼)'를 여러 번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면 따뜻해집니다. 이 때 핫팩이 따뜻해지는 것은 플라스틱 주머니 속에 든 투명한 액체 '아세트산나트륨' 때문입니다.

아세트산나트륨은 초산나트륨이라고도 하는데 고체 상태의 물질이 같은 온도의 액체로 바뀌기 위해서 필요한 열량인 융해열이 커서 난방기구의 보온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고체 상태인 아세트산나트륨을 가열하면 녹아서 액체가 되는데, 서서히 식히면 고체로 변하지 않고 액체 그대로인 상태로 형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아세트산나트륨은 물질이 액체에 일정한 양 이상으로 녹아있는 상태인 '과포화' 상태로 핫팩 속에 들어 있습니다. 과포화 상태의 아세트산나트륨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여서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굳어 버립니다. 핫팩 안에 든 똑딱이를 구부렸다 폈다하면 내부에 충격이 가해져 아세트산나트륨이 고체로 변하면서 액체 상태일 때 품고 있던 열을 방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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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때는 핫팩 만한 것이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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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액체형 핫팩보다 1회용인 가루형 핫팩을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래 사용하면 액체가 새거나 손에 묻어나와 액체형 핫팩에서 다소 역한 냄새가 난다는 단점이 있고, 가루형에 비해 뜨거움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 시대인 만큼 핫팩도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간편한 충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USB 충전식 손난로'와 '스마트폰 발열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입니다.

USB 충전식 손난로는 간편한 대신 배터리 용량 때문에 지속시간이 핫팩보다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CPU의 점유율을 늘려 CPU 자체의 온도를 높이는 '발열앱'을 통해 스마트폰 자체를 핫팩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발열앱을 작동하면 CPU의 성능이 저하돼 스마트폰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의 여러 핫팩 중 가장 투박하면서도 스마트해 보이지도 않는 가루형 1회용 핫팩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가장 간편하고, 가장 따뜻하면서도 가격 측면에서도 부담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멋진 디자인이나 스마트함보다 중요한 것은 더도 덜도 아닌 적합한 쓰임새입니다. 과학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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