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초보엄마 "괜찮아, 별 거 아니야" 훈육 대신 공감과 위로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아이 정서 발달을 위해서는 "네 기분을 표현해 보렴, 많이 속상했겠구나, 실컷 울어봐" 등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 후 충분히 위로해주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보엄마 잡학사전-71] "아이가 집에서 많이 혼나나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실수로 친구를 밀쳤는데 대뜸 지켜보던 선생님에게 "죄송합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사과하기보다 어른에게 혼날까봐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또래 아이 같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는 올해 네 살이다.

실은 나도 같은 일을 겪었다. 아이가 아침에 옷을 안 입고 돌아다녀 "빨리 옷 입고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울면서 내게 "엄마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죄송하다고 말할 정도로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나 역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크게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나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걸까, 어린이집에서 많이 혼난 건 아닐까.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린이집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도 같은 얘기가 오갔다. 다른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어딘지 모르게 어른들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아이가 자주 혼나냐는 질문을 또 받았다.

집에서 훈육은 아빠가 도맡아서 한다.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방으로 데리고 가 책 위에 세워놓고 잘못한 일을 알려주고 사과를 하게 하는 정도다. 훈육하고 나면 아이를 꼭 안아준다.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에 나온 훈육 방식을 따라한 것이다. 아빠랑 방에 들어가면 더 이상 생떼를 부리지 않고 금세 안정을 취하니 훈육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적은 없다. 다만 아빠가 엄하게 아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무섭게 느껴져 가급적 훈육을 자제하자고 얘기한 적은 있다.

그러다 최근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이라는 책을 읽으며 훈육과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책에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흔히 '네가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널 때릴 수밖에 없어. 하지만 지금 너를 때리지 않고 참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체벌을 유예함으로써 공포를 조성해 훈육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지 물리적으로 매를 맞지 않았을 뿐 체벌의 가능성 속에 놓여 있어 무서움에 떤다는 것이다.

"너 자꾸 그러면 엄마한테 혼난다, 엄마가 빨리 하라고 했지, 자꾸 말 안 들으면 장난감 다 가져다 버릴 거야." 회초리만 들지 않았을 뿐 어쩌면 나 역시 아이를 말로써 때리고 있었다. 작은 아이에겐 저 가벼운 협박이 체벌만큼 무서웠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정작 친구에게 실수해 놓고 어른들에게 사과를 했던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껏 발산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익히 들었음에도 정작 내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가 살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며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감정적 위기를 겪을 때 스스로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정서 표현을 처벌하거나 억제하는 발언은 금물이다. "시끄러워, 울지마, 그까짓 걸 가지고 난리야?", "당장 안 그치면 갖다 버린다", "엄마 나가버린다", "우리 딸 착하지", "남자가 참아야지" 등의 발언은 아이 정서 표현을 막는 지름길이다. 대신 "괜찮아 별 거 아니야", "뚝 그치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 등 정서표현을 최소화하도록 해주는 게 좋다. 특히 우리 아이처럼 느린 아이에게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보다 꼼꼼하게 잘 했다고 격려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아이는 생후 24개월부터 정서 조절 능력이 생긴다. 최소 생후 18개월이 지나야 부모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정서 발달 훈련을 할 수 있다. 정서 훈련을 위한 적기는 3~5세다.

아이 정서 발달을 위해서는 "네 기분을 표현해 보렴, 많이 속상했겠구나, 실컷 울어봐" 등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 후 충분히 위로해주는 게 좋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마지막에 제시해도 늦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것이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표현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을 때는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한다. 부모도 화가 나거나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 아이도 그런 감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