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His 스토리] ‘기부 큰손’ 블룸버그, 2020년 트럼프 대항마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 억만장자 순위 11위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창업주인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이 후배들을 위해 ‘통 큰’ 기부에 나섰다. 그는 18일(현지 시각)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8억달러(약 2조200억원)를 기부했다. 미국 대학 기부금 중 역대 최고 액수다.

블룸버그는 세계 11위의 부호에 이름을 올린 성공한 사업가다. 동시에 그는 기부계의 큰 손으로 통한다. 그는 ‘블룸버그 자선재단’을 세우고 기후변화, 예술, 교육, 질병, 총기 규제 등 여러 분야와 관련해 활발한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재단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총액은 약 6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조선일보

미국 블룸버그통신 창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블룸버그 웹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낸 기고문에서 블룸버그는 "존스홉킨스대 졸업장은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게 했다"며 "아메리칸 드림의 미래를 만들고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약속하는 것보다 더 나은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3선 뉴욕시장을 지낸 이력도 갖고 있다. 뉴욕시장에서 물러난 뒤 정계를 떠나 회사 오너 자리를 지키던 블룸버그는 최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치러진 중간선거 유세 동안 민주당을 전격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민주당에 재가입하면서 2020년 대선 출마설에 힘을 실었다.

◇ 이민자 가정 출신...‘보통의 美 중산층’

블룸버그는 1942년 보스턴에서 러시아 이민자 출신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유제품 회사 경리사원,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보통 미국의 중산층 대학생들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고, 주차장 안내원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1964년 대학을 졸업한 블룸버그 곧바로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고, 이후 1966년 당시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몬 브라더스에 입사했다. 그는 주식거래와 세일즈 부문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마찰을 빚은 그는 당시 한직으로 여겨지던 업무를 맡게 된다. 컴퓨터와 정보 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일이었다.

조선일보

마이클 블룸버그(두 번째 줄 오른쪽)와 그의 가족들. /블룸버그 웹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블룸버그는 15년 간 살로몬브라더스에 몸담았다. 1975년엔 영국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뒀다. 부부는 1993년 이혼했다.

블룸버그는 1981년 살로몬브라더스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해고를 당했다. 퇴직금으로 무려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 39세였다. 블룸버그는 함께 회사를 나온 동료들과 방 한 칸짜리 사무실에 작은 회사를 세웠다. ‘이노베이티브 마켓 시스템스’, 블룸버그통신의 전신이 그렇게 탄생했다.

◇ ‘블룸버그통신’ 설립…세계 11위 부호로

블룸버그는 살로몬브라더스에서의 경력을 십분 발휘했다. 이전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권회사들은 수익률 계산 등 금융분석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왔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블룸버그는 당시 빠르게 발전하던 정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과 금리, 채권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담은 시스템을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임대해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조선일보

마이클 블룸버그와 초기 블룸버그 단말기. /블룸버그 웹사이트


1982년 첫 고객인 메릴린치는 이노베이티브 마켓 시스템스의 전용 단말기 22대를 설치했다.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고, 1987년 회사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블룸버그’로 바꿨다. 1990년에 이미 8000여 개 단말기를 계약했다. 당시만 해도 블룸버그 단말기는 증권사에서 주로 사용했으나 1991년 NYT가 블룸버그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후 금융정보 이외에 종합경제정보와 뉴스를 함께 제공하는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24시간 방송하는 블룸버그 라디오와 블룸버그 텔레비전, 전문가 전용의 블룸버그 마켓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를 거느리며 전 세계 180여개 지역에 1만9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 단말기 한 대의 연간 임대료는 2만4000달러(약 2700만원)로, 현재 30만명 이상이 단말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연간 7억달러(약 7900억원)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CB인사이트는 "블룸버그 단말기는 월가의 효율성과 업무적 지성을 향상시켰고, 수십년 간 금융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블룸버그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블룸버그 지분 8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가 집계한 블룸버그의 재산 규모는 18일 기준 463억달러(약 52조1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 1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 12년 동안 3선 뉴욕시장 역임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블룸버그는 2001년 뉴욕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총기규제, 동성결혼, 낙태, 이민자 등 문제에 대해 진보적 성향을 가졌던 블룸버그는 민주당원에 등록한 상태였다. 그러나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에서 승산이 없자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뉴욕시장은 공화당 소속의 재선 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였다. 줄리아니도 인기가 높은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는 테러가 발생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재난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지휘하는 줄리아니의 모습에 지지도가 높아졌다. 줄리아니는 그해 11월 공화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블룸버그를 적극 지지했고, 그는 2002년 뉴욕시장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2001년 11월 6일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한 마이클 블룸버그가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블룸버그 웹사이트


블룸버그는 2002년부터 2013년 말까지 12년간 3차례 연속 뉴욕시장을 지냈다. 3선 때는 공화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블룸버그는 재임 기간 평균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강력한 공공보건 정책을 추진했다. 식당과 직장 건물 내 흡연을 금지했다. 주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탄산음료 소비를 제한하고, 식당 위생 규제와 감시를 강화했다.

블룸버그는 교육과 환경 문제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공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뉴욕주 교사 임금을 15% 인상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했다. 교내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했다. 아울러 그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해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2013년 9월 NYT는 "뉴욕의 하늘이 50년 만에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 2020년 美 대선 ‘트럼프 대항마’ 될까

블룸버그는 2013년 말 뉴욕시장 임기를 마치고 블룸버그통신으로 복귀했다. 76세라는 고령에도 회사 운영에 적극적인 그는 최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고려했다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이 출마하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표가 분산될 수 있고, 이는 곧 공화당 후보의 우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공화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경한 이민 정책, 파리기후협약탈퇴 등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대신 미국 분담금 450만달러(약 48억원)를 자비로 내겠다고도 했다. 블룸버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로 급부상하며 그가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렸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1일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다음날 마이클 블룸버그(가운데)가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맨 왼쪽)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 전 유세 동안 블룸버그는 본격적인 친(親)민주당 행보를 계속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선거자금으로 약 8000만달러(약 903억원)를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17년 만에 민주당에 재가입했다. 선거 직전인 이달 4일엔 자비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들여 민주당 지지의 뜻을 역설하는 TV광고를 냈다. 이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을 지원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차기 대권주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지금도 고령이라는 지적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72)보다도 4살이나 많다. 대선이 예정된 2020년 블룸버그의 나이는 무려 78세가 된다. 다만 또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는 조 바이든(75)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7) 민주당 상원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의 정치 성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정통 민주당 인사들보다 다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블룸버그는 당내에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이선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