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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금주의 B컷]누구도 원치 않는 ‘러시안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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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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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자신의 머리에 직접 총을 겨눴다. 그들은 의료현장이 마치 ‘러시안룰렛’ 같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4일 수원지방법원이 횡격막 탈장 등으로 숨진 어린이를 진료한 의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하고 전원 법정 구속한 것에 반발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의료행위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 제정과 함께 의사에게 진료거부권 등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안룰렛은 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 죄수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 교도관들이 이 게임을 만들었다. 억지로 총을 잡은 죄수들 중 운 나쁜 이가 죽어나갔고, 그 죄수를 지목한 교도관은 돈을 챙겼다. 러시안룰렛은 ‘목숨을 건 도박’이라 불리지만 정작 이 게임에서 목숨을 건 이들은 도박을 원한 적이 없었다.

매 순간 환자의 생명을 손에 쥐고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실제 목숨을 걸고 있는 이는 환자들이다. 의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환자들이야말로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원치도 않은 러시안룰렛에 내몰리는 것은 아닐까.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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