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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너 평판, 지배구조 흔들었다"...조양호 회장 경영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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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바뀌면 주가 20% 오를 것"
소액주주 지분 50% 육박

그레이스홀딩스라는 국내 사모펀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보유목적을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쉽게 말하면 조양호 회장을 임원에서 해임시키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힘은 한진칼에서 나온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30%),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2%), 정석기업(48.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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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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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은 조 회장 일가가 지분 28.9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일우재단 등을 합하면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한진칼의 총 지분율은 31.98%에 달한다. 땅콩회황, 물컵갑질, 이명희 여사의 도덕적 일탈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지만, 여전히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30%에 달하는 한진칼의 보유 지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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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에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분율은 안정적이지만, 오너의 평판이 지배구조를 흔드는 재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소액투자자 믿는 그레이스홀딩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주식 장내매수를 통해 9%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만든 KCGI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일반적으로 오너일가 지분율이 30%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그레이스홀딩스가 지분 9%로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흔들 재간이 없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도 11% 불과하다.

만약 국민연금(8.35%), 한국투자신탁운용(3.81%), Credit Suisse Group AG(5.03%) 등 주요 3개 기관이 의결권을 모두 그레이스홀딩스에 위임하더라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보다 여전히 4.24%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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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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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홀딩스가 믿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한진칼의 소액투자자 지분은 50%에 이른다. 이미 소액주주 대부분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 사태를 겪으며, 등을 돌린 상태다. 실제 대한항공과 한진칼 소액주주들은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를 통해 지난 5월 한진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것을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는 없을 것"며 "그레이스 홀딩스도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믿고 지분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소액투자자 환영 일색...내년 주총 표대결 전망

한진칼 소액주주들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그레이스홀딩스의 경영권 공격에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오너 리스크 때문에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본다. 지난 7월에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문제로 진에어 면허가 취소될 뻔 했다.

또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는 경찰과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11곳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는 매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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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소액투자자는 "경영권만 바뀌어도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가는 최소 20%씩 오를 것"이라며 "오너 갑질 문제 등으로 주가가 계속해서 저평가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레이스홀딩스가 향후 본격적으로 우호지분을 끌어모아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이사회 멤버 7인 중 3인의 이사와 감사의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사회 장악 이후에는 한진칼의 적자 사업부 정리를 위한 호텔 및 부동산 매각, 계열사 경영참여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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