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설계 = 돈`…재건축 `숨은 한뼘` 찾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건축 시장이 각종 규제에 얽매이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설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도입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심의 지연 등으로 재건축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이에 수익성을 늘릴 수 있는 '대안설계'가 뜨고 있는 것이다.

대안설계는 기본설계에서 벗어나 '숨은 한 뼘'을 찾아내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 아파트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설계를 뜻한다. 대안설계를 도입할 경우 초기 공사비는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가치를 올리고, 일반분양 가구 숫자도 늘려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 분양가 규제로 일반분양 가격 조정 유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고만고만한 설계 속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대안설계를 활용한 조합원 분양수익 증대'를 수주의 핵심으로 잡고 설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는 층수가 화두가 됐다.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일대 15만1803㎡ 규모 단지를 용적률 250% 이하로 개발해 3400가구로 만드는 수도권 최대 규모 사업 중 하나다.

성남시 지구단위계획상으로 원래 아파트 층수는 30층까지만 허용된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기존 정비계획상의 30층이 아닌 35층 대안설계를 제시했다. 일단 인근 성남 중1구역·도환중1구역이 정비계획변경을 통해 지난 9월 21층에서 38층으로 층수를 상향 조정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 층수 상향의 근거를 만들었다. 경관계획심의에서도 조망점 기준이 되는 희망대공원에서 검단산을 바라봤을 때 아파트를 대지레벨이 가장 높은 해발 140m에 105m 높이, 35층으로만 올려 설계하면 총높이가 245m에 불과해 조망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계산을 마쳤다.

조합원들은 30층 이하로 빼곡한 성남 구도심 단지와 차별화되는 35층 랜드마크 아파트로 재건축할 경우 아파트 단지 가치가 높아지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대안설계를 통해 가구 수도 3가구 늘릴 수 있고, 30층 이하인 성남 구도심 아파트 단지와 차별화되는 35층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면서 "녹지율도 36%에서 43%로 늘어 단지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또 성남 은행주공이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 대지레벨이 7단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높낮이가 달라 아파트 공간활용도가 낮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 때는 이를 기반공사를 통해 2단으로 단순화해 땅 활용을 넓게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축구장 2배 넓이 공간을 단지 내 공원으로 조성하는 대안설계도 제시해놨다.

이 같은 설계를 통한 '숨은 틈 찾기'는 초과이익환수제에 엄격한 분양가 규제 등 그야말로 '규제천국'인 강남권 아파트에서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의 경우 지상 100m 높이의 스카이브리지(동과 동을 잇는 구름다리)와 조합원 전 가구 양재천 조망 설계를 앞세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같은 시설들은 공사비를 높이는 유인이 되지만, 단지 고급화를 통해 미래에는 오히려 이를 뛰어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깔려 있는 것이다.

GS건설이 수주했던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서초 그랑자이'는 경쟁사 대비 3.3㎡당 50만원 비싼 공사비를 제시했다. 숫자만 보면 조합원들이 GS건설을 택할 유인이 적었다. 그러나 GS건설은 "당초 10개동으로 계획된 단지를 9개동으로 바꾸는 대신 2만㎡ 규모의 단지 내 중앙공원을 만들어 주거환경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구 수는 조합이 제안한 1481가구 대비 7가구 늘렸다"면서 "3.3㎡당 50만원이 더 들지만 사실은 수백만 원의 이득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을 좀 더 넓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설계방식도 아파트 선택 시 중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9구역 재건축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경우 주변 단지 대비 층고를 5㎝ 높인 특화설계를 도입해 실제 면적보다 집이 넓어 보이게 했다. 부산 연제구에 들어서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연산 더퍼스트'의 경우 기둥과 외벽, 물 쓰는 공간 벽체를 제외한 모든 벽체를 철거 및 재시공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