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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주 80시간 일 시켜도 돼요”, 고용주에게만 ‘친절한’ 노동부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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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용노동부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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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탄력근로제 적용 사업장에서는 주 80시간까지도 일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 과로사 기준을 훌쩍 넘겨 일을 해도 된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고용주’ 입장에서 법을 해석해 안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월 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내놨다. 사업장에서 유연근로시간제를 적절히 활용해서 불필요한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취지에서 배포한 자료다. 노동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시간제에 대해 소개하면서 “유연근로제 활용 시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및 숙련인력의 이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료 배포 취지와는 상반되는 ‘주80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내용이 나온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면,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1주 최장 노동시간이 80시간’이라고 쓰여있다. 주 7일을 꼬박 일한다고 해도 하루에 11.4시간을 일해야하고, 과로사를 판단하는 법정기준인 주 60시간(12주 연속 기준)을 훌쩍 넘기는 노동량이다. 노동부의 안내에 따르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때인 2020년 1월 1일 이전까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2021년 7월 1일 이전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시 주 80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김유경 공인노무사는 “노동부가 휴일 근무까지 붙여서 지나치게 사용자 입장에서 법을 해석한 결과를 붙여놨다”고 지적했다.근로기준법 51조를 보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노동부는 52시간을 한 주의 기본 노동시간으로 보고 여기에 법이 허용하는 연장근로 시간 12시간, 주말 이틀 근무 시 발생하는 16시간을 붙여서 총 80시간을 상한선으로 계산했다.

한 주의 총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휴일인 주말 이틀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방식은 노동부가 1954년 ‘1주일에 휴일은 제외된다’고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과다 노동을 양산하는 계산법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한 주의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주말 이틀의 노동시간까지 포함시켜서 계산하도록 명시했다. 김 노무사는 “이미 일부 사업장이 52시간제를 따르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기존에 계속 지적받던 계산방식을 따라서 8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명시해준 것은 매우 문제다”라며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행정해석을 해서 주말 이틀을 포함해서 계산하라는 가이드를 낼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 반대로 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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