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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SC] “감정도 수명이 있답니다, 끌려 다니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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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커버스토리┃명상

명상 안내자로 나선 곽정은 작가

‘빙 어웨이크’ 프로그램도 만들어

참가자 24명 저마다 사연 발표

“행복은 자신과의 관계 맺기가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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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생각한다. 연인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무수히 많은 인간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그 관계없이 스스로를 규정하기 어려워 한다. 그러다 관계에 위기가 닥치면 힘겨워 한다. 우울감과 자책감, 자괴감들이 밀려온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와 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곽정은 작가가 ‘명상 안내자’로 나섰다. 지난 9월 열린 곽 작가의 멘토링·힐링 프로그램 ‘빙 어웨이크’(Being Awake)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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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소재로 인생을 숙고해보는 이 과정을 만들 때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애 전문가’라는 남들이 지어준 타이틀이 있는데, 정작 제가 맺는 관계가 힘들었을 때 고민이 깊어졌죠. ‘행복해지려고 사랑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제가 찾은 해결책은 ‘마음챙김 명상’이었어요. 그것을 통해서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티브이(TV)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보아오던 곽정은 작가에게서는 때로는 차가울 정도로 어떤 단호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달랐다. 간결하고 단호한 그의 목소리를 좇다보면 마음이 일렁거렸다. 그 일렁임에 나도 모르게 쌓아온 마음의 담장이 소리 없이 무너졌다. 무너진 자리에는 다리가 하나 생겼다. 깊은 곳에 웅크려 있던 ‘나’와 연결해주는 다리 말이다. 9월2일과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메디테이션 라운지 소함’에서 열린 곽정은 작가의 ‘빙 어웨이크’에서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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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어웨이크’. 직역하자면 ‘깨어있기’ 정도가 되겠다. 두 번을 참가하고 난 뒤 돌이켜보니 그 이름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 내내 나 스스로를 깨운다. 관계의 홍수 속에서 정작 돌보지 못했던 ‘나’를 깨운다. 곽 작가의 프로그램 소개 중에는 이런 글이 있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고,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이 프로그램을 권한다.’ 적지 않은 친구, 지인, 동료들이 있지만, 정작 나와는 친구가 되지 못하고, 스스로 다그치거나 혼내기만 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스치듯 떠올랐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던 24명의 참가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힘겨움을 꺼내어 놓았다. “감정 조절이 안 되요. 화를 낼 게 아닌데 화가 나고,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내지 않고. 저는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니 불만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질 않아요.”(참가자 ㄱ)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행복하지 않아요.”(참가자 ㄴ) 고민의 내용은 달랐지만, 그 결은 통해 보였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참가자들도 여럿이었다. 차분하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기록하려했지만, 기자의 눈에도 자꾸 눈물이 차올랐다.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고치고 싶다’고 하시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곳에 찾아오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곽정은 작가는 다독인다.

고요하고 안전하고 향긋한 공기가 머무는 깨끗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곽 작가의 강연과 명상 체험에 마음을 맡기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오가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아파오는 경험들을 꺼내놓게 된다. 참가자들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24명의 참가자들 앞에 선 곽정은 작가가 깊숙이 넣어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놓기 때문이다.

고통을 드러내기는 첫 단계다. 그 고통의 정체와 영향을 ‘알아차리기’가 이어진다. “감정에도 수명이 있다고 합니다. 1분30초라고 해요. 그런데 그 감정에 우리가 생각을 더하고 더하죠. 그렇게 감정에 이끌리는 노예가 되는 거예요.” 곽정은 작가는 이어 “멈추고, 호흡하고, 알아차리세요”라고 안내한다. 너무 아무것도 아닌 행위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곽 작가가 설명을 덧붙였다. “멈추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감정을 표현하며 대화하기 전에 그 감정, 예를 들면 분노를 인지했다면 어떨까요? 감정에 생각이 더해진 것을 알게 됐다면요.” 뒤이어 곽 작가가 명상 지도자들에게서 배운 호흡법을 안내하자, 천천히 호흡하며 내 자신의 마음 속 감정을 알아차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 관계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울음을 뱉던 참가자들은, 명상 도중에 들려오는 곽정은 작가의 목소리에 다시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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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한다. 목말라하는 위안과 격려를 바깥에서만 찾으려고 하기를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안 쪽에 귀 기울여보길 노력해보자 다짐하게 된다. 곽정은 작가는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보길 권한다. “‘널 소중하게 배려해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거야.’, ‘낯선 땅에서 생활하느라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지?’, ‘이젠 네 안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너 자신부터 사랑해주길 바라.’ 이렇게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면 그 가장 친한 친구로서 어떻게 말해주고 싶은지 써보세요.” 비로소 무너진 마음의 담장 자리에 작지만 튼튼한 다리가 생긴 느낌이다.

사람들은 곽정은 작가가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가 왜 멈춰 서 명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2년 반 전에 처음으로 명상을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고 당당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깊은 곳, 심연에 있는 나와 바깥의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어 하는 내가 떨어져있더라. 심연의 나, 그 존재를 알아봐 주는 게 내 첫 명상의 느낌이었다. 빙 어웨이크에서도 많은 분들이 우시는 게,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서가 아니라 어렴풋이 느끼긴 했으나 알아봐주지 못했던 ‘나’를 마주해서 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이제 명상을 안내하는 곽정은 작가의 여정은 첫발을 땠다. 11월17~18일 예정된 부산에서의 첫 ‘빙 어웨이크’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내년에는 ‘빙 어웨이크’ 프로그램을 재단장해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한양대 상담심리대학원에도 다니기 시작한 곽 작가, 빙 어웨이크를 마치고 난 뒤 마주한 그는 ‘연애 전문가’라기보다는 ‘마음 전문가’라는 이름이 꽤 어울려 보였다. 마음에 낀 먼지를 닦고, 그것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돌보는 과정을 차분히 안내하는 그의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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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사전적 뜻은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이다. 그러나 정작 명상 전문가들은 생각을 거두고, 감각과 마음에 집중할 것을 권유한다. 40년 전부터 체계화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명상은 종교적 색채를 덜고, 과학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정신 질환의 치료에 명상을 도입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명상이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명상은 디지털 기기를 꺼둬야 가능할 것 같지만, 청년들은 스마트폰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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