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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비즈톡톡] 대통령 한마디에 11년만에 부활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역대급 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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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총리 주재로 문재인 정부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이하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함께 협의한 범부처 협의처였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가 11년만에 ‘부활’했습니다.

회의에서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운영방향’과 ‘국가 R&D 혁신방안 시행계획’, ‘국가 치매연구개발 중장기 추진전략’, ‘4차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ICT 인재성장 지원계획’이 안건으로 논의됐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과기정통부, 국방부, 행안부, 문체부, 농식품부, 산업부, 복지부, 환경부, 국토부, 해수부, 중기부 13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참석하는 청와대 국무회의를 방불케 하는 규모입니다.

조선비즈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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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과기정통부는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이날 회의 안건을 미리 알리기 위한 브리핑을 따로 했습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의장을 맡는 만큼 11년만에 복원된 과기관계장관회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임대식 본부장의 브리핑이 끝난 뒤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습니다. 안건에 새롭게 논의할 내용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국가 치매연구개발도 R&D 혁신방안도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정책이었고 새롭게 관계 부처 장관들과 논의할 만한 내용이 없자 일부에서는 정책 ‘재탕’이라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심의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최상위 자문·심의 기구가 이미 이번 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진 형태로 출범했습니다. 브리핑 현장에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차이가 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정책 재탕이 아니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차이를 모르겠다는 지적에 대해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이행력을 확보하고 부처간 조정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정책 방안들을 이행하고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기존에 나온 방안들을 이행하고 점검한다면 굳이 국무회의를 방불케 할 정도의 장관 회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굳이 회의를 하지 않아도 안건별로 각 부처별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이행 현황을 각 부처에서 점검하고 담당 국실에 보고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행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면 이행력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을 내세워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과기관계장관회의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생색 내기에만 그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26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대통령의 복원 지시에 따라 추진됐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R&D 혁신이 논의를 넘어 실행이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하고 부처간 협업을 강화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10월 5일 설치근거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규정’이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됐고 14일 첫 회의가 열린 것입니다.

물론 11년만에 부활한 회의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혁신성장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듯 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과기관계장관회의 개최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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