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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변호사도 변호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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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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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84] 법연수원에서 세상 물정 밝으신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건의 당사자가 되지 마라." 변호사로서 최고의 금기 사항이다. 사건 해결의 조력자에 머물러야지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원고나 피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건의 피해자가 될 만한 빌미를 제공하는 것도 안 된다. 사건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할 변호사 자질을 강조한 말씀이셨으리라.

지난주에 내가 정면으로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명예훼손의 피해자로서 말이다. 내가 맡지도 않은 형사 사건에 대해 마치 내가 홍길동과 같은 괴력을 발휘하여 부당한 결과를 냈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더구나 당사자인 내게 확인도 하지 않고 방송과 기사가 먼저 나간 후에 연락을 해왔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 기사를 확인한 후에 명백한 오보라는 사실, 기사를 내기 전에 반드시 거쳤어야 할 취재도 없이 보도가 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기자와 해당 언론사에 전화하여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 기사를 인용하여 오보가 확대 재생산될 것이 걱정됐다. 정말 이 기사를 인용한 보도가 다른 언론사에 나오고 있었고 다만 다행인 것이 그곳에 연락했더니 그곳 언론사 쪽에서는 해당 부분을 금방 삭제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는 확인 후에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기사가 여전히 인터넷에 게재되어 있다.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듯한 막막함과 억울함, 무력감이 느껴졌다.

이와 함께 나에게 찾아왔던 의뢰인들이 이런 심정이겠거니 싶어 많은 반성도 되었다. 이런 심정을 나는 제대로 헤아렸을까? "냉정함을 잃지 않되 억울함 없도록 합시다." 늘 의뢰인들한테 하던 말인데 그게 정작 나에게 해줘야 할 말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수순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순간순간 분노가 치밀어 지금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이 일로 인해 내가 침해당한 이익은 무엇일까? 이 침해된 이익, 손해는 법적으로 구제될 수 있는 이익일까? 이 손해를 구제하는 방법으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이 가능할까?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가운데 어떤 방법이 현명한 선택일까? 두 방법이 모두 가능하더라도 그 순서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형사고소를 먼저 해야 할까 아니면 민사소송을 통해 금전적으로 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을 위자하는 게 현명한 걸까?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의뢰인이 내게 묻는 사건이라면 금방 답이 나왔을 문제에 대해 쉽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내 사무실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가 찾은 이유다. 물론 나와 절친한 사이이고 이쪽 영역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다. 나도 명예훼손에 관한 한 전문가이긴 하지만 함께 고민을 토로하고 문제를 해결할 변호사가 절실했다. 의뢰인 자격으로 내가 겪고 있는 사건의 상담을 진행하며 비로소 이 사건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 상황에 대해 짚어 준 몇 마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소송이 가능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현재 무엇이 있으며 향후에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지 알게 됐다.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누구를 상대로 얼마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도 함께 가늠해봤다. 나를 대신해서 변호사 쪽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줄 문제도 논의했다. 지속적인 시정 요구를 담당해주기로 했고 그 결과를 자료화한다는 말이다. 현재 핫 이슈가 되는 사건이라서 형사고소보다는 민사소송이 낫겠다는 조언도 들었다. 어쨌든 1시간이 안 되는 상담 시간이었지만 가닥이 잡혔다는 점에서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든 그렇지 않건 간에 이 1시간의 법률 상담이 사건 당사자인 내게 큰 위안과 도움이 되었다.

변호사도 사건이 생기면 변호사와 상의하고 변호사에게 일을 맡긴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변호사다. 내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 내 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요? 계속 고민하되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의뢰인들에게 늘 하는 말처럼 소송은 증거 싸움이니, 현재 수중에 있는 증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지금부터라도 더 모아야 할 증거를 무엇인지 체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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