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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논란 속 소득주도성장정책…무엇이 문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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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계층 상당히 제한돼 있어…곧바로 내수진작·고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하청 중소기업에 충분한 수익 보장해주는 '이윤주도성장' 일부 도입돼야 효과적

세계파이낸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경제 투톱으로 불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동시 교체의 빌미가 되는가 하면 여야 정쟁의 핵심화두로 등장하기도 한다.

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에 대해 "기대만큼 속도가 안 나는 것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무엇이기에 복잡한 사단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그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업의 이윤이 올라가는 것보다 근로자 임금이 올라갈수록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로버트 블레커 미국 아메리카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컨퍼런스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임금을 더 높이면 윈윈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일까.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연구로 꼽히는 국제노동기구의 소득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비주류 경제학이 주도하고 있다.

윌리엄 라조닉 메사추세츠대 교수를 비롯한 이들 경제학자는 1980대 이후 완전고용 정책에서 저인플레정책으로 전환한 경제정책에 주목한다.

이런 정책 전환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대신 인력의 규모를 줄여 구조조정(downsizing)하고 주주들이 이익을 나눠먹는 식의 모델을 고안해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들 위주로 이익이 수십년에 걸쳐 계속 축적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퍼펙트 스톰을 통해 거대한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

당시 상황을 보면 거대 금융회사들 간의 파생상품 투기거래로 인해 엄청난 손실이 발생, 대규모 도산이 일어났다. 손해를 입은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채권을 전격적으로 회수함으로써 엄청난 수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도산위기에 몰리게 됐고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 사실상 대공황이 초래됐다.

당시 전 세계 각국이 단행한 조치가 양적완화이다. 무한정 돈을 풀어 급한 불을 막았다. 뉴케인지언 정책이라고도 불리는 이 조치로도 상당 기간 세계경제는 불황을 겪었다.

바로 그 때 제기된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정책이다.

돈을 그냥 풀지 말고 직접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직접 넣어주자는 것이다. 돈을 풀어봐야 부자들이 금융시장 등을 통해 더 돈을 불릴 뿐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실망감에 근거한다.

부자들이 돈을 더 벌어봐야 하루에 수백끼를 먹지 못하지만 끼니를 굶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면 수백, 수천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가와 식품회사도 살아나고 경제성장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식품이 아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정당해보이고 훌륭한 정책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삐걱거리고 있을까.

여기에는 이론을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몇 가지 다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하기 적합한 시점이 아니다. 퍼펙트 스톰과 같은 상황이라면 무조건 소득을 올려야 하고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겠지만 우리는 2008년 이후 오히려 호황에 가까운 10년을 보내왔다.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수출주도성장(export-led growth)형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다. 경제성장의 동력도 수출이고 내수 동력도 해외로부터 오는 관광객이다. 우리 국민만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기에는 인구도 많지 않고 그 효과도 결정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세 번째로는 소득주도성장의 혜택을 받는 층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직원들의 경우 임금수준이 매우 높아 최저임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중견기업을 포함한 상당 수 우량 중소기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중소기업 종사자로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사람의 경우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장 문제가 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최저임금을 인상해버리면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인력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그 결과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통해 내수가 좋아진다거나 고용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좋은 취지를 살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 전문가는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게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주도록 하고 그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그 수익의 상당부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윤주도성장을 일부 도입, 소득주도성장에 가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어쨌든 소득주도성장정책에서 상당 부분 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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