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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슈퍼리치 NOW] (24) 이색스포츠 폴로 즐기는 이들은 누구 글로벌 폴로인구 3만명…아시아 이제 눈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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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한국폴로컨트리클럽은 한국 최초의 폴로클럽으로 잔디폴로구장을 비롯해 국내 최대 실내폴로경기장, 50마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마사 등 국제규격·해외 경기장에 버금가는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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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8마리의 말이 축구장 6개 규모의 천연잔디 구장서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력 질주를 한다. 말발굽 소리하며 말이 내뿜는 거친 숨소리가 고스란히 관중석까지 전달된다. 지축을 박차고 질주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나 싶다. 골대 사이로 공이 들어갈 때는 환호성이, 가까스로 비켜 지나갈 때는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지난 10월 초 한국, 중국, 싱가포르 대표팀이 참가한 국제폴로경기대회는 이처럼 보는 이마저도 눈과 귀를 떼지 못하게 하는 짜릿한 매력이 있었다.

외국에 갔느냐고? 아니다. 한국, 그것도 제주도 한국폴로컨트리클럽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폴로는 말을 탄 경기자가 말렛이라는 스틱을 들고 나무로 만든 공을 치며 상대방 골문에 공을 넣어 승패를 가리는 경기다. 4명씩 구성된 2팀이 맞붙는다.

예부터 폴로는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렸다. 재력과 체력을 모두 겸비해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절 영국서 꽃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 주로 슈퍼리치를 중심으로 직접 클럽을 만들어 소유하거나 선수가 되거나 관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그도 그럴 것이 폴로 경기에 참가하려면 일단 말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한두 필이 아니다. 폴로 경기는 처커(폴로 경기의 한 세트, 아이스하키로 치면 한 피리어드) 단위로 진행된다. 그런데 한 처커만 치르고 나도 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공 하나를 두고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그래서 일단 체력 소진한 말을 뒤로하고 다음 처커에서는 또 다른 말로 갈아타야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런데 알려진 대로 말 가격이 만만찮다. 웬만한 중형차 한 대 값이다. 게다가 평소에 키우고 관리할 마방도 있어야 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킬 훈련사도 둬야 한다. 이처럼 유지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재력이 필수다. 그래서일까. 세계 폴로 인구는 약 3만명 정도에 그친다. 아시아로 시야를 좁히면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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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경기는 재력은 물론 체력도 겸비해야 한다. <한국폴로컨트리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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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에 빠진 슈퍼리치는

▷말레이시아 왕족급이어야 클럽 소유

슈퍼리치가 비교적 폴로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스포츠와 양상은 좀 다르다. 오히려 이 스포츠는 주위에 개방하고 대중에게 노출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폴로를 직접 하는 선수층은 얇은 편이지만 국제대회가 있는 날이면 제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백 명의 관중이 몰릴 정도로 제주 대회는 꽤 알려지기 시작했다. 슈퍼리치든 아니든 그냥 말을 좋아하면 모두 둘러앉아 경기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클럽 회원 혹은 선수도 슈퍼리치일 듯하지만 알고 보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진취적인 성격의 일반인이 주류를 이룬다고. 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골프 치는 이들이 많다 해서 골프 인구가 모두 슈퍼리치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폴로클럽 회원 혹은 선수 대부분은 그냥 폴로가 좋아서 뛰는 경우가 다수다. 말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클럽이 관리해주는 말을 경기 때 빌려 타는 사례도 꽤 있다.

폴로 산업을 들여다보면 진짜 슈퍼리치는 대부분 클럽을 갖고 있는 소유주다.

한국이나 싱가포르는 회원제 골프장 성격과 유사하게 일반인이 조성하고 회원에게 분양 후 연회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해서 좀 성격이 다르지만 해외 폴로클럽은 슈퍼리치가 클럽은 물론 고가 말까지 모두 보유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해외 클럽 소유주들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을 갖고 있으면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이들로, 폴로클럽을 고급 사교장이자 남다른 취미 해소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전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대기업을 경영함과 동시에 왕족급 인사가 아니면 암묵적으로 클럽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은 폴로클럽 소유주가 유명 섬유 부문 재력가다. 중국은 최근 폴로클럽이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유주는 물론 대부분 신흥 부자다. 이들은 폴로를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돌아가며 국제대회를 치르는가 하면 공동 훈련을 하기도 한다.

폴로를 즐기는 전 세계 슈퍼리치가 한국을 찾기 시작한 이유는 2005년 한국폴로컨트리클럽이 생기면서다. 한국 최초의 폴로클럽으로 잔디폴로구장을 비롯해 국내 최대 실내폴로경기장, 50마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마사 등 국제규격, 해외 경기장에 버금가는 수준의 시설을 갖춰놨다.

클럽하우스와 콘도미니엄 또한 슈퍼리치 취향을 저격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도의 나무와 돌을 벽돌, 금속관,알루미늄 캐스트 등 현대 건축자재와 조합해 제주도의 매력을 건물 곳곳에 담았다. 5성급 숙소, 피트니스센터, 야외 수영장도 있다.

출범 초에는 폴로 선진국서 오랜 경력을 가진 외국교관으로만 구성, 정통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기도 했다. 이곳은 국내외 인사들이 때로는 몇 달 며칠을 묵으며 대회 준비를 하기도 하고 자연스레 사업 얘기도 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이주배 한국폴로컨트리클럽 대표는 “해외에서 폴로를 처음 접하고 매력에 빠졌다. 하던 일을 접고 국내에서 생소한 폴로 대중화를 위해 첫 삽을 떴다. 과감히 경기관람, 체험 등의 문턱을 낮추고 시설도 개방했더니 폴로 관람객이 늘기 시작했다. 다만 시설이나 클럽하우스에 공을 들인 이유는 아무래도 국제적인 스포츠고 국제 교류가 많다 보니 해외 슈퍼리치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는 걸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고 소개했다.

국제대회가 열리면 참가자가 슈퍼리치일 경우 해외에서 직접 대규모 비용을 들여 본인이 타던 말을 공수해오는 등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슈퍼리치 체험 하고프다면

▷제주 국제공인 경기장서 체험 가능

슈퍼리치가 아니더라도 폴로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에 있으면 오히려 체험이나 접하기가 용이하다. 한국폴로컨트리클럽은 7년 후 반환 조건으로 입회비 5000만원을 내면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승마 실력이 부족하거나 말을 좀 더 능숙하게 타기를 원하면 4000만원대 승마 회원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연회비는 180만원 정도다.

최근 한국폴로컨트리클럽은 아르헨티나에서 1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말을 직접 도입해 쓰거나 한국에서 퇴역한 경주마를 폴로 경기용으로 교육시켜 회원들에게 대여도 해준다. 굳이 말을 소유하지 않아도 폴로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주배 대표는 “오히려 이런 말들이 우리 실력에 맞고 적응도 잘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폴로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저변이 그다지 크게 확대되지 못한 이유는 난이도가 다소 높다는 점 때문이다. 말도 잘 타야 하지만 말렛을 마상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국가대표를 꿈꾸지 않는 이상 쉽게 도전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주배 대표는 “국제대회를 최대한 많이 유치해 우리 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한데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성인이 돼서야 관심을 보이는데 클럽에 자주 오지 못하니 취미로 즐기는 정도다. 해외 슈퍼리치처럼 어릴 때부터 폴로를 접하며 성장하는 사례와는 좀 거리가 있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대중화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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