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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성폭력 피해자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 보면 속이 울렁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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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여가부·국방부,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합동 조사 결과 발표

확인된 성폭행 사례만 17건…공동조사단 접수된 피해 사례 12건 중 10건 조사 실시

공동조사단,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가해자 또는 소속부대 조사 필요성 강조

아시아경제

5·18 당시 금남로에 투입된 계엄군.[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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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총으로 생명을 위협받으면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태워져 가는 모습은 물론 목숨을 잃은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가 훼손된 모습을 봤다는 진술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5·18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38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합동으로 운영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에서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은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거나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라고 아픔을 전했다.

이에 공동조사단은 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사과 표명과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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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단이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 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중복 사례를 제외하고 확인된 성폭행 피해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공동조사단이 직접 접수한 피해 사례는 총 12건이었으며, 조사단은 관련성 미흡 등으로 종결한 2건을 제외하고 10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7건은 성폭행, 1건은 성추행, 2건은 관련 목격 진술이었다.

피해일은 5·18 초기인 1980년 5월 19~21일 무렵이 대다수였고, 장소는 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 광주 시내에서 중후반에는 광주교도소 인근, 상무대 인근 등 외곽지역으로 확대됐다.

이는 당시 계엄군 상황일지를 통해 확인한 병력 배치 및 부대 이동 경로와 유사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은 편이라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조사단은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 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피해 사례는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 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광주광역시 보상 심의자료에서는 성폭행 12건과 연행·구금 당시 성적 가혹행위 등 총 45건의 여성인권침해행위가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보상 심의자료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열람이 제한돼 면담 등 추가적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향후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추가 조사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그 외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소장 중인 자료총서를 비롯해 그동안 발간된 출판물, 약 500여명에 대한 구술자료, 각종 보고서 및 방송·통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4건을 포함해 총 12건의 직접적 피해 사례를 찾았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명예 회복 및 지원과 관련해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국가 수준의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보상 심의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 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해자 또는 소속 부대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고백 여건 마련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 ▲진상 규명에 따른 가해자 처벌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상 조사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는 법 개정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 설치 등의 검토와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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