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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조은정의 '뉴라밸'] 살롱 문화는 왜 유행할까? 느슨한 관계맺기 빠진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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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로 수십만원 회비 내고 입장하는 카페, 책방 늘어

일과 삶의 분리 원하는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

친구 찾기 아니라 익명성 보장받는 느슨한 인간관계 추구

'그들만의 모임'으로 폐쇄성 갖지 않으려면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고 실생활과 접목하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조은정입니다.

임미현> 네 오늘은 어떤 트랜드를 캐치했는지 궁금하네요.

◆ 조은정 > 저도 취재를 하면서 이런게 있구나 하고 흥미를 많이 느꼈던 아이템인데요. 바로 '살롱'문화입니다.

◇ 임미현 > 살롱 하면 예전 유럽의 사교 문화가 떠오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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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정 > 맞습니다. 어원은 불어로 된 그 살롱입니다. 17세기, 18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명 살롱들이 생기고 당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예술과 문학이 꽃피는 계기가 됐는데요. 살롱 문화가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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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트레바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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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 감이 잘 안오는데 어떤 형태인가요?

◆ 조은정 > 쉽게 생각하면 지적인 것을 추구하는 취향 모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은 책과 연관된 공간이 많은데요. 유료 독서모임으로 시작해서 몇년만에 수천명의 회원을 거느리게 된 '트레바리'라는 곳이 분점을 여러개 낼 정도로 유명하구요. 개인 책방이 살롱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이 운영하는 강남의 '최인아 책방'의 경우에는 북클럽 회원들을 상대로 출판사와 연계해서 저자 강연은 물론이고요. 재즈와 클래식 공연도 펼쳐집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던지, 인문 강연을 듣는다던지 해서 지적인 부분을 채우고 나의 취향을 충족한다는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렇군요. 어떻게 해야 참여할 수 있나요?

◆ 조은정 > 비용이 상당히 듭니다. 보통 분기별로 30만원에서 40만원 정도의 회비가 있는 곳이 많았구요. 회원제가 아니더라도 좀 큰 돈을 지불을 해야 그 공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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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트레바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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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 적은 돈은 아닌데, 영어학원 같은 학원비도 아니고 취향에 이런 비용을 지불한다는게 놀랍네요.

◆ 조은정 > 네. 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이곳을 찾는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여러 복합적인 기대, 요구가 섞여 있었습니다. 우선 관계맺기입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1인 가구도 많고 바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관계맺기가 어렵잖아요. SNS를 통한 가상의 친구는 많지만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막상 많지 않은데요. 이런 허전함을 채워주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뭔가 한번 걸러져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살롱인 것이죠. 3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살롱문화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아무래도 취향이 비슷하니까 대화도 잘통하고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불특정 다수가 아닌 어느정도 특정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애요. (류정훈 34, 서울 강남구, 밴드 '해쉬' 소속)

진짜 만남이 많이 줄어들었잖아요. 예전처럼 눈을 보고 얘기를 나누는 그런 만남이 확실히 줄었어요. SNS에서는 그 사람의 대강을 볼 수 있지만 실제 만남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 안에서 진짜인 사람을 찾고 싶어서 그런 모임이 생기는 것 같애요. (이교형 33, 서울 마포구)


◇ 임미현 > 진짜 만남을 갖고 싶다는 말이 와닿네요.

◆ 조은정 > 네. 그렇다고 친구를 구하기 위한 건 또 아닙니다. 소통은 하되, 아주 느슨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는게 특징인데요.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관계의 썸'이라는 표현을 하더라구요. 익명성을 어느정도 보장을 받으면서 일과 분리돼서 취향을 공유하는 딱 그 정도의 관계를 추구한다는 겁니다. 황진미 평론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살롱은 연애로 치면 썸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시간이 되면 거길 가요. 가면 만나거나 안 만날 수 있는거에요. 따로 또 같이 반은 소속감이 있고 반은 소속감이 없는 느슨한 상태로. 광장과 밀실의 중간쯤 되는 것이죠.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못만날수도 있어요. 안간다고 출석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살짝 걸쳐있는 관계인 것이죠. 불가근불가원의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이죠"

◇ 임미현 > 일과 분리한다....과거에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자아실현을 해야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철저하게 일과 분리를 원하는군요.

◆ 조은정 > 삶의 방식이나 가치의 주안점이 빠르게 바뀌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들이 대부분 '일이 곧 삶이고 자아실현'인 삶을 살았다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둘을 빠르게 분리를 하고, 퇴근 후에 자아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직장, 직업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어지고. 일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큰 비용을 들이면서도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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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최인아 책방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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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 아직까지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 같은데 이런 문화가 계속 퍼질까요?

◆ 조은정 > 거창하게 '살롱'의 기치를 내세우는 공간들이 있지만 동네별로 보면 취향을 담은 카페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카페 문화도 광범위하게는 이런 문화의 연장선이라고 보여집니다.

현대인들이 정서적으로 뭐가 결핍됐을까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겁니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런 '공간'이 주는 남다른 의미가 있거든요. 주변과 소통하고 내면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는 점에서 카페 문화가 많이 발달하고 있고,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지적인 테마를 가진 공간들도 더 많이 생길걸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라서 '힙'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 위주로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나이가 있는 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살롱 문화를 접근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유료 회원이 아니면 입장 자체가 안되니까요. 최근에 살롱으로 유명한 한 장소를 취재하러 갔는데 운영자분들이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시더라구요. 프랑스 살롱 문화가 꽃 필수 있었던 건 거기에 온갖 계층 사람들이 섞이면서 다양성을 이뤘기 때문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폐쇄적인 방식이 아니라 연령대와 계층에 열려있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임미현 > 네. 조은정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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