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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차 인증에 손발 묶인 수입차 "고객이 와도 팔 車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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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매할 차량이 없습니다. 지금 계약해도 언제 차량을 출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신차를 계약하겠다는 고객이 찾아와도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다는 한 수입차 브랜드 딜러 A씨의 하소연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디젤차가 주력인 독일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차 업계가 신규 인증 지연, 물량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이달 수입차 판매 실적이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자신문

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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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차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는 신차 인증 지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9월부터 강화한 배출가스와 연료 효율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시행하면서 일반적으로 한 달이면 마무리됐던 수입차 인증 기간이 서너 달까지 길어지며 판매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WLTP 시행으로 9월 이전 생산한 차량은 11월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9월 이후 생산한 차량은 새로운 인증을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9월 이전 생산한 차량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나고, 인증 기간이 길어지면서 판매할 차량이 부족해진 셈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관련 인증기관들이 수입차에 대해 더 까다로운 심사 잣대를 들이대면서 인증 기간이 종잡을 수 없이 길어지고 있다”면서 “워낙 인증을 대기 중인 차량이 많아 언제 끝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MW는 수개월 전부터 출시를 준비했던 신차 'X2'와 'X4' 인증을 신청했으나, 예상보다 한두 달 늦게 인증이 끝나면서 실제 판매 시점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3시리즈 등 일부 주력 차종은 재고를 소진하고 새 인증 완료를 기다리고 있다.

벤츠는 WLTP 인증을 완료한 신형 C클래스를 시작으로 4분기에서야 판매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8월까지 줄곧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던 벤츠는 물량 부족에 시달리며 지난달 판매 순위 4위까지 밀려났다.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에 벤츠와 BMW를 제치고 나란히 수입차 판매 1·2위 자리를 탈환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일부 디젤차 판매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다. 판매 중단 차종에는 '티구안', '파사트' 등 주력 디젤차가 포함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요청으로 일부 디젤차 판매를 잠시 중단하고 있다”면서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며 정확히 언제쯤 판매를 재개할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WLTP 시행과 별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신차 출고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볼보는 'XC40' 'XC60' 등 주력 신차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면서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벤츠, BMW 판매 회복이 더딘 데다 지난달 반짝 실적을 낸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판매할 차량이 크게 부족해졌다”면서 “이달 수입차 업계가 디젤게이트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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