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분노의 7890원…탈팡 러시? 이커머스 ‘환승 게임’ [스페셜리포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친다.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가 공고해지나 싶었지만 최근 들어 전체 판도를 뒤흔들 만한 변수가 연신 쏟아져 나온다.

최근 쿠팡이 발표한 ‘멤버십 요금 인상’이 도화선이 됐다. 탈쿠팡 여론에 불이 붙으면서 ‘이때다’ 싶은 경쟁 업체 공세가 매섭다. 네이버·컬리·신세계 등은 저마다 파격 할인과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환승을 부추긴다. 글로벌 커머스 기업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아마존까지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참전을 선언했다. B마트, 오아시스, 에이블리 등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보이는 버티컬 플랫폼도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까. 글로벌 격전지로 부상한 2024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 판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승승장구 쿠팡에 무슨 일이?

멤버십 요금 60% 인상…반발 커져

227조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이커머스) 거래액이다. 2021년 190조원, 2022년 200조원에 이어 또 한 번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매출이 뒤집어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8년만 해도 온라인 비중은 37.8%로 오프라인(62.2%)과 차이가 컸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격차를 좁히더니 지난해(50.5%)에는 기어이 절반을 넘어섰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만큼이나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나가는 건 역시 쿠팡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를 밑돌던 쿠팡 국내 점유율은 지난해 25%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 힘입어 쿠팡은 10년 적자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174억원,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31조829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 앱 월 이용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약 3000만명을 넘어섰다. 모든 커머스 앱을 통틀어 단연 1위다.

쿠팡과 함께 양강으로 분류되는 네이버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지난해 네이버쇼핑이 기록한 거래액은 약 47조8000억원. 단순 계산 시 전체 점유율 약 21%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 회사인 포시마크를 제외한 지난해 4분기 기준 거래액은 4.9%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률(10.6%)을 밑돌았다. 빅2인 네이버도 쿠팡 쏠림 현상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쿠팡에 올해 4월 돌연 변수가 생겼다. ‘스스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싶다. 쿠팡이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전격 인상하면서 부정 여론이 확산된 것. ‘혜택 확대’가 쿠팡이 내세운 인상 이유다.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시청권을 무료 제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배달 앱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서비스까지 추가한 바 있다.

인상률 58.1%가 넘는 갑작스러운 요금제 변화에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탈퇴 선언’이 속속 올라오는 모습이다. 특히 “기존 회원에게도 인상된 요금을 적용하기 시작하는 올해 8월 이전인 7월부터 멤버십을 해지하겠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인상 시점이 총선이 끝난 직후라는 점도 안 좋은 여론에 한몫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탈팡족 잡아라” 경쟁사 러시

아마존·틱톡도 韓 진출 저울질

쿠팡 요금 인상 단행 직후, 경쟁사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세에 나서고 있다. 쿠팡 탈퇴를 놓고 고민 중인 이용자 마음을 끌어오겠다는 판단에 저마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가장 적극적이다. 멤버십 이용자에게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고 나섰다. 또 멤버십에 한 번도 가입하지 않은 신규 이용자나 6개월 내 가입 이력이 없는 과거 이용자를 대상으로 ‘3개월 무료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여기에 ‘당일배송’과 ‘일요배송’ ‘인공지능(AI) 상품 추천 기능’을 도입하는 등 그야말로 신규 서비스를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모든 게 쿠팡이 인상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여타 이커머스도 질세라 프로모션에 나서는 중이다. G마켓·쓱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멤버십 가입비를 한 달간 연 3만원에서 49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컬리는 5월까지 월 1900원 컬리멤버스 요금을 면제해준다. 11번가는 멤버십 이용 첫 달에 한해 요금을 99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한다. 아마존 5000원 할인 쿠폰과 11번가에서 쓸 수 있는 쇼핑 포인트 3000점을 제공하는 멤버십이다. 롯데온은 오늘 주문·내일 도착을 골자로 하는 익일배송 서비스를 새로 내놨다.

글로벌 기업도 이때다 싶어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쿠팡 요금 인상 발표 5일 뒤에는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료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총 금액이 49달러(약 6만8000원)를 넘으면 상품을 무료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동안 SK텔레콤·11번가와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에 상품을 판매해온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직진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만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까지 커머스 전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 ‘틱톡샵’ 상호를 신규 출원하는 등 국내 진출이 임박한 분위기다.

쿠팡 입장에서는 진땀이 날 만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초저가를 앞세운 테무·알리 C커머스가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와중에 경쟁 환경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쿠팡도 부랴부랴 프로모션을 늘리며 맞대응해나가는 중이다. 와우 멤버십 회원을 겨냥한 할인 행사를 대거 늘리며 고객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특급 호텔·리조트·테마파크 등 여행 상품 반값 할인에 이어 두유·홍삼 젤리 등 식품을 최대 78% 내린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만 발급 가능한 ‘쿠팡 와우 카드’ 적립 혜택을 올해 10월에서 내년 10월까지 늘리고 여기에 추가로 매달 롯데시네마 할인권 4종을 지급하는 방안도 새로 선보였다. 현재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할인 행사만 7개 가까이 된다. 요금 인상 이후 이틀에 한 개꼴로 이벤트를 쏟아내는 셈이다.

매경이코노미

쿠팡은 최근 멤버십 비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두는 ‘멤버십’ ‘배송’ ‘셀러’

멤버십 옥석 가리기 이어질 듯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고객을 잡기 위해 저마다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실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물론 ‘가격 인하’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 플랫폼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 가지 키워드가 향후 이커머스 경쟁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멤버십’과 ‘배송’, 그리고 ‘셀러(판매자)’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멤버십’이다. 멤버십은 이용자 ‘록인(Lock-in) 효과’를 발생시키는 대표 수단이다. 록인 효과는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다. 생태계를 조성해 이용자가 다른 곳에서 소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일종의 충성 고객 확보 전략이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멤버십 이용자는 비이용자 대비 월평균 구매 금액이 30% 이상 높다. 이커머스 업계가 멤버십에 꽂힌 배경이다.

쿠팡은 ‘무료’, 네이버는 ‘적립’,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연계’ 등 키워드를 앞세워 치열한 멤버십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타 이커머스도 멤버십 확대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도 조만간 신규 구독 멤버십 프로그램 ‘배민클럽’을 전격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근 멤버십 경쟁 심화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은 낮추고 혜택을 늘리는 식이라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루는 제품군이 비슷할 경우 여러 멤버십에 중복 가입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리스크도 있다. 결국 다른 이커머스 멤버십 회원 이탈을 기다리며 출혈 경쟁하는 구조다.

이번 쿠팡 요금 인상을 계기로 멤버십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참에 이용 중인 멤버십을 한번 싹 다 뜯어보자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며 “가성비를 따지는 과정에서 두세 개 멤버십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잖다. 부정 여론이 가라앉고 나면 오히려 쿠팡이 반사이익을 보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도 ‘당일배송’ 시작

배송 전쟁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을 비롯해 빠른 배송을 도입한 이커머스가 잇달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예를 들어 CJ올리브영은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선보인 이후 온라인 판매액이 급증했다.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한 자릿수에서 지난해 말 기준 27%까지 성장했다. 130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 물류센터처럼 활용해 3시간 이내 도착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배달 라이더를 활용한 퀵커머스 ‘배민B마트’ 역시 우려를 불식하고 순항 중이다. 지난해 커머스 부문 매출은 6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B마트 1인당 평균 주문 금액도 사업 초기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커머스 기업들이 당장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당일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정 상품에 한해 오전 11시까지 상품 주문 시 당일 도착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구매자의 빠른 배송 요구가 많은 일상 소비재와 패션 카테고리 상품이 대상이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해 내년부턴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시범 운영해오던 ‘일요배송’도 수도권 중심으로 시작한다. 토요일에 주문하면 일요일에 받아보는 서비스로 네이버와 제휴 관계인 CJ대한통운이 자체적으로 일요일 배송이 가능한 배송망을 만들어 물품을 전달한다.

5월 말부터는 네이버 도착보장 판매자를 대상으로 ‘무료 교환·반품’ 배송비를 보상하는 일종의 보험 서비스 ‘반품안심케어’ 이용료도 지원한다. 그간 배송비가 구매자에게 전가되던 탓에 반품·환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네이버는 이 비용을 자체 부담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진용 네이버 NFA사업 리더는 “CJ대한통운 등 제휴사들과 다양한 형태의 배송 서비스와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이소도 물류 투자를 늘리며 퀵커머스 도전에 나섰다. 다이소는 현재 안성·용인·부산 등 총 3개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여기에 내년 양주허브센터를 완공, 2026년까지는 3500억원을 들여 다이소 최대 규모 세종허브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최근 업계 내에서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셀러’ 모시기 경쟁이다. 양질의 판매자를 확보해 플랫폼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우량 셀러 유치 → 제품 경쟁력 제고 → 소비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최근 너 나 할 것 없이 판매자 지원책과 혜택을 늘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G마켓은 최근 ‘최고 수준의 판매 지원책’을 자신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신규 셀러를 대상으로 광고비 지원, 무료 광고 대행 서비스 운영 등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G마켓 내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 영역인 ‘파워클릭’과 AI가 상품을 가장 효율 좋은 곳에 노출해주는 ‘AI매출업’에 사용할 수 있는 광고성 e머니를 셀러당 총 180만원씩 지급한다. 초보 셀러 광고 운영을 돕기 위한 무료 광고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네이버가 새로 도입한 ‘AI 상품 추천 기능’도 판매자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11번가는 최근 판매자 물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 ‘슈팅셀러’를 최근 시작했다. 셀러가 11번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포장-배송-재고관리-교환·반품 등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롯데온은 카메라와 게임기,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 일부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기존 9%에서 5%로 일괄 인하했다. 신규 셀러뿐 아니라 기존 셀러에게도 적용된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잇달아 인수한 큐텐은 한국 셀러 해외 진출 지원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큐텐은 ‘티메파크’ 인수 후 플랫폼에 입점돼 있는 셀러들 상품을 역직구 형태로 글로벌 소비자와 연결시켰다. 최근에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약 2222억원에 인수 완료하며 판을 더 키웠다. 기존 한국과 동남아,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중심이던 커머스 네트워크를 북미와 유럽까지 확장하게 된 셈이다. 위시는 현재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매경이코노미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한국 시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격변기 이커머스 앞날은

그래도 쿠팡 vs 테·쉬·알 비상

이커머스 업계 입장에서 2024년은 변수가 넘쳐나는 한 해가 될 테다. 올해 이커머스 판도, 특히 쿠팡이 ‘최강자’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여론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멤버십 요금 인상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단기 이탈은 있겠지만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아마존 선례가 근거 중 하나다. 혜택을 늘리면서 구독료를 함께 올리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멤버십 회원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아마존은 2005년 79달러에서 2014년 99달러, 2018년 119달러, 2022년 139달러까지 멤버십 가격을 올렸다. 서비스 확대 시점에 발맞춰 가격을 높였는데 이게 먹혔다. 매번 회원 이탈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어느덧 2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쿠팡도 멤버십 가격 인상 소식을 전하며 “쿠팡이츠 무료 음식 배달·쿠팡플레이 독점 콘텐츠 확대” 등을 강조했다. 멀리 아마존까지 안 가도 사례가 있다. 쿠팡은 2021년 12월 멤버십 요금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1% 올렸다. 당시에도 부정 여론이 확산됐지만 2년 새 회원 수는 900만명에서 1400만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쿠팡 로켓와우 해지 후 재가입 비중은 전체 회원 중 29.7%에 달한다. 10~20% 초반대인 다른 멤버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초기 회원 20%가 이탈한다 가정하더라도 회비 수익만 2220억원이 늘어난다. 이탈이 미미할 경우 회비 수익은 현재 8380억원에서 1조3000억원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론과는 별개로 회비 인상은 쿠팡 기업가치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공세가 ‘조건부 프로모션’ 형태라는 사실도 쿠팡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네이버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무료 배송 혜택은 1만원 이상 구매 조건과 ‘3개월 동안’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신세계그룹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 가격 인하 역시 5월 한 달 동안만 진행되는 프로모션이다.

하지만 쿠팡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가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 경쟁력 개선에 나섰고 C커머스 플랫폼도 점유율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테무 공세가 워낙 거칠다. 올해 1분기 알리익스프레스 결제 추정액은 1년 전(3101억원)보다 164% 늘었다. 테무의 월 결제 추정액은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8월(10억원) 대비 지난 3월(463억원) 453% 급증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올해 1분기 월평균 이용자 수는 807만6714명으로 쿠팡, G마켓·옥션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년간 약 1조5000억원 투자와 함께 연내 약 16만5000㎡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테무도 한국법인 ‘웨일코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한국 시장을 정조준했다.

특히 최근에는 두 플랫폼에 직구 상품을 넘어 국내 상품도 입점 중이다. 국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K-베뉴’에는 이미 LG생활건강 등 20개가 넘는 주요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또 예상보다 빠르게 신선식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쿠팡은 C커머스 견제 차원에서 중국 셀러 영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현지 설명회를 지속 확대하며 중국 현지 셀러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 브랜드가 아닌 개인 셀러다. 쿠팡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CGF)를 기반으로 한국 내 판로를 열어주겠다는 게 골자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반 개인 셀러 물량을 쿠팡이 가져와 판매할 수 있다면 국내 배송 경쟁력에서 알리와 테무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쿠팡 입장에서는 중국 현지 셀러 모시기가 중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