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염색약·샴푸 유통기한 조작 미용실 납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용전문회사 포장 상자 제조일자 고쳐…식약처 조사

업체 “반품 재포장 때 실수”…대리점선 “갑질 문제”

염색약, 샴푸 등을 미용실에 공급하는 미용전문회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회사 측은 “실수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해도 인체에 크게 해롭지 않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광진·성동구 일대에서 미용전문회사인 ㄱ사의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던 유관형씨(44)는 지난해 12월 염색약 등을 납품하던 업체와의 거래가 끊겼다. 이 업체는 제품 본체와 포장 상자에 찍힌 유통기한 날짜가 다르다며 유씨 대리점에 반품했다. 본체에는 2014년에 제조됐다는 의미의 ‘14C03’이라는 고유번호가 각인됐다. 이와 달리 제품 포장 상자에는‘2016.6.12’라는 제조일자가 찍혔다.

안산·시흥시 일대에서 ㄱ사 대리점주 황용민씨(40)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6월 ㄱ사로부터 받은 염색약 본체와 포장 상자에 표시된 제조일자가 2년 정도 차이가 났다. 회사에 항의했더니 “반품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다음달 황씨는 ㄱ사 직원으로부터 “사장님에게 제일 먼저 알려드린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70% 할인해서 팔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는 이후 유씨에게도 전송됐다.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하겠다고 하면 “그래서 70% 할인해주지 않았느냐. 싫으면 반품하라”는 식이었다.

경향신문과 만난 ㄱ사 관계자는 “반품 제품을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며 “제품 본체와 포장 상자의 유통기한이 상이한 것은 전체의 3% 정도”라고 말했다. 이후 실제 조치 여부를 두고 “미용실에 팔린 제품을 리콜하거나 일일이 방문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70% 할인 제안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싸게 사서 쓰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ㄱ사는 유통기한이 2018년 5월로 2015년 의약외품으로 출고했던 샴푸를 회수해 유통기한을 2020년으로 정정표기해 재출고했다. 지난해 5월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의약외품이던 양모제, 탈모샴푸 등이 화장품으로 변경됐다. 식약처는 미리 만들어둔 제품 용기는 정정표기만 해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내용물은 새로 생산한 것이어야 한다. 새 유통기한 등을 표시한 ‘오버 라벨링(정정표기)’을 하도록 했다. ㄱ사는 정정표기를 하면서 유통기한을 2년가량 늘린 것이다.

ㄱ사는 “샴푸 제조업체에 문의해 보니 ‘2020년까지는 사용해도 좋다’고 해서 정정표기했다”고 했지만, 제조업체 측은 “올해 2월 ‘유통기한 연장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통보했다”며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ㄱ사는 총 3종류의 샴푸 7960개에 대해 유통기한 연장을 문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시작 후에야 ㄱ사는 해당 샴푸 출고를 금지했다. 이미 팔린 제품은 여전히 미용실에서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기존 용기에 담긴 게 새로 생산한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ㄱ사 측은 “미용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해도 인체에 큰 문제가 없다. 유해했다면 회사가 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리점주들은 미용전문회사 제품의 폐쇄적인 유통 구조도 지적한다. 회사는 각 지역에서 자사 제품을 유통할 대리점들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미용실에 해당 회사 제품을 독점 공급한다. 제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인터넷 판매는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런 폐쇄적 구조에서 갑질도 벌어진다. 한 회사는 제품 매입액이 전년도보다 높아야 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족액만큼의 제품을 강제로 배달받거나 계약 해지를 당해야 한다고 대리점주들이 전했다. 거제도·통영 일대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5)는 “한 회사의 대리점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갑자기 월 1000만원어치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 계약해지 사유였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