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KBS판 블랙리스트’ 나왔다…특정 모임 거부자에 인사 불이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과거청산기구 ‘진실과 미래위원회’ 첫 발표

정상화모임 가입자에게 특파원·앵커·보직 등 특혜

화이트리스트 외 430여명 인사 불이익

‘인천상륙작전’ 홍보 기사 거부한 기자들 감봉

정상화모임 비판 글 외부 기고 뒤 강제 전보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방송>(KBS)의 고대영 사장 체제에서 방송사 내 블랙리스트로 보이는 자료가 공개됐다.

한국방송의 공적 책무를 훼손한 사건들을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는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6월 출범)는 16일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4개월의 활동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진미위는 이날 친정권 위주의 불공정 보도에 비판적이었던 기자협회 활동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2016년 한국방송 보도본부가 국·부장 간부들 사조직인 ‘한국방송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구성해 “모임 가입자들을 별도 관리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로 보이는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블랙리스트는 기자 563명을 부서별로 나열한 뒤 비고란에 모임 가입 여부를 표시해 가입자 여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작성돼 있다. 진미위는 이어 “엑셀파일에 모임 가입자 여부를 나눠 가입자에겐 특파원, 앵커, 보직 등 인사에 특혜를 주고,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는 등 일방적인 편가르기를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정상화모임 이후 선발된 취재기자 특파원 12명 가운데 10명, 앵커 전원, 보도본부 부장급 이상 보직자 60명 가운데 53명(88%)이 모임 참여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상화모임은 당시 정지환 보도국장이 주도했지만 고대영 사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도국의 정상화모임에 가입한 자는 129명으로 이들 화이트리스트 외에 430여명은 인사에 불이익이 가해진 블랙리스트였던 셈이다. 한국방송에서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과도한 홍보성 기사를 요구하다 이를 거부한 기자 두명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성주 군민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의 내용을 해설로 다룬 해설위원이 나흘만에 위원직을 박탈당했다. 또 보도국의 한 기자는 2016년 7월,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으로 정상화모임을 비판하는 글을 외부에 기고했다가 보도국장 요구로 경위서를 제출했고 이틀 만에 제주총국으로 강제 전보된 사례도 있다.

진미위의 위원장인 정필모 부사장은 “정상화모임에 가입한 자들은 혜택을 받은 화이트리스트이고, 거부한 사람은 블랙리스트다. 이것은 인사관리에 악용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기자를 이렇게 관리하는 것은 공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