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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주택 공급 19만건 누락, 통계 불신 자초한 윤석열 정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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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기 새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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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했던 2023년 연간 주택 공급 실적이 실제보다 19만2천채 적게 집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바뀌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 경기도 분당과 일산 새도시 주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물량이 통계에서 빠졌는데도 정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과소 집계된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9·26 공급 대책과 올해 1·10 부동산 대책 등 두차례에 걸쳐 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와 3기 새도시 물량 확대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 실제보다 턱없이 적은 통계를 만들어놓고 그걸 바탕으로 주택 공급 위축에 대응한다며 대책까지 세워 발표했다니 국정 난맥상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국토부는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공급 위축) 경향성은 기존과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무책임한 소리다.



특히 준공 실적의 경우 애초 정부는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준공(입주) 실적은 통계를 정정하기 전 31만6415호에서 정정 후 43만6055호로 늘었다. 2022년보다 23.5% 감소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실제로는 5.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보낸 ‘공급 절벽’ 신호가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최근까지 49주째 오르고 있고, 수도권 전셋값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한 셈이다.



국토부가 올해 1월 말 오류를 인지하고도 총선이 끝나고서야 뒤늦게 공개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집값을 띄우려고 통계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무엇보다 두차례나 큰 대책을 내놓으면서 통계 오류를 찾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잘못된 통계를 생산한 것도 문제지만, 6개월 동안 오류가 이어지는데도 몰랐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무리하게 제기하더니 자신들도 잘못된 통계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기계적 오류여서 성격이 다르다고 할지 모르나 이래저래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만 커지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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