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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지역 경제 공동체로 환경위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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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상가 존 캅의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

경향신문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역설하는 존 캅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명예교수의 사유의 뿌리에는 ‘과정신학·과정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과정사상은 ‘마지막 형이상학자’로 불리는 영국 출신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계승한 것으로, 캅은 스스로를 ‘화이트헤디언’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화이트헤드가 이원론에 기반한 근대 철학의 실체적 세계관을 비판하며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피력한 것의 연장선에서, 캅은 극심한 생태위기를 벗어나려면 존재 간의 상호연관성을 핵심으로 하는 생태적 세계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출간된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지구와사람)은 이 같은 과정사상의 기본 개념을 비롯해 캅의 사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시카고대 신학대학원에서 화이트헤드의 제자인 찰스 하츠혼에게 수학한 캅은 이후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현대 신학에 접목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과학은 물론 불교나 동양철학 등 타 종교에도 열린 자세를 취한 그는 “기독교 사상을 교회신학의 구속복에 가두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믿었다.

환경사상가로서 캅의 여정은 1969년 그가 경험한 ‘회심’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 ‘진보’가 이뤄지는 방식, 산업화된 세계의 경제 프로그램과 발전 정책이 지구에서 인간의 삶의 토대를 파괴하는 과정의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생태신학이라는 분야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또한 생태적 관점에서 경제, 농업, 교육, 주거, 공동체 등의 문제로까지 생각의 지평을 확장해나갔다. 책의 1장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은 ‘경제는 생물권역의 번성을 향해야 한다’ ‘농업은 토양을 되살려야 한다’ 등 캅의 핵심 사상의 열 가지 명제를 소개한다.

캅은 생태문명의 기본 단위는 지역 공동체에 있다고 봤으며, 생태적 지역 경제를 열렬하게 옹호했다. 3장 ‘가치 있는 경제’는 자급자족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 경제 공동체 구상을 비롯해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행복 경제학 등에 관한 캅의 글을 모았다.

책에는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 시사 이슈에 관한 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들도 담겼다. ‘트럼프 당선이 세계에 희망적인 이유’라는 글에서 그는 트럼프 정부를 계기로 외교 노선이나 의료보험, 교육, 이민정책, 환경보호 등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성숙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기성 언론들이 “개구리가 천천히 가열돼 죽음으로 향하는 데 만족하는 평화로운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기성 체제를 유지하려는 대안을 제시한다”며 “제발 ‘뉴욕타임스’에서 읽은 기사로부터 지나친 영향을 받지 말자. 스스로 생각하고 상식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언론인 출신의 한윤정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 연구원이 그간 단행본에 실리지 않았던 캅의 글들을 엮어서 옮겼다. 그가 쓴 “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한 지구주의자의 외침”이라는 글은 캅의 삶과 사상을 친절하고도 일목요연하게 개관한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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