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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여자라서" "3수생이라" 일본 '의대입시차별', 대학한곳 문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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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 과정에서 여학생과 재수생에게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시 차별’을 한 대학이 여럿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대 입시 스캔들’이 일본 ‘여성차별’ 논란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교도통신과 도쿄신문 등은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대학 입시에서 여성 지원자와 재수생을 불리하게 처리한 의혹이 있는 대학들 명단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일본 도쿄(東京)의대에 이어 최근 문부성 조사를 통해 다른 대학에서도 여성 지원자와 재수생을 차별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조선일보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일본 문부과학상이 12일 기자 회견을 갖고 “여러 대학에서 입시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문부성은 입시에서 여학생과 재수생을 차별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도쿄의대를 포함, 전국 81개 대학에 긴급 조사에 나섰다.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일본 문부과학상은 12일 기자 회견을 열고 "여러 대학에서 수험생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성별과 재수 기간에 따라 합격 여부를 판정하는 등의 부정 입시 의혹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지난 6년간 의대 입시에서 여학생 합격률이 남학생보다 낮았던 대학은 전체 대학의 60~70%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대학의 다른 학과의 경우, 여학생 합격률은 남학생과 같거나 높았다.

문부성은 이중 약 30개 대학을 조사해 준텐도(順天堂)대와 쇼와(昭和)대 등에서 부당 입학사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대학측에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바야마 문부과학상은 나머지 50개교도 방문 조사를 실시, 연내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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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도 차별행위를 한 대학 이름을 공개하고 나섰다. 마이니치신문은 "부정 입시 혐의가 드러난 준텐도(順天堂)대학의 경우, 지난 6년간 지원자의 평균 합격률은 남학생 9.2%, 여학생 5.5%로 81개 대학 중 차이가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마이니치 신문에 "‘뒷문 입학’이나 여성 차별은 없었고, 성별에 따라 점수를 조정하는 일은 있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토호쿠의약학대(東北医科薬科大), 쇼와대(昭和大), 일본대(日本大), 규슈대(九州大), 게이오대(慶応大) 등이 준텐도대 뒤를 이어 남녀 합격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쿄의대는 여학생과 3수 이상 남학생의 입시 점수를 감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도쿄의대 측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장기간 근무가 어렵기 때문에 여학생의 점수를 깎았다" "(3수 이상의 남학생은) 입학 후 성적이 좋지 않아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차별’이 알려진 후 지난 9월 일본 시민단체는 도쿄의대 입시에서 탈락한 여학생과 3수생을 모아 ‘응시료 6만엔(약 60만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집단 소송을 낸다고 발표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입시 차별’의 원인으로 "의료 현장에서 여성 의사를 꺼려해 채용 차별이 지속돼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의대 입시가 ‘기업의 입사시험’이나 마찬가지여서, 대학이 병원이 요구하는 사람을 입학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해왔다"면서 "교육기관인 대학이 여성이나 재수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의 여성 의사 비율이 매우 낮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여성 의사 비율은 평균 39.3%(2015년)인데 일본은 20.4%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의 여성 의사 비율은 OECD보다 평균에는 훨씬 못미치고, 일본보다는 높은 25.1%(2016년)이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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