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0월 정례회의] 한·미 동맹 위협할 수 있는 남북 군사합의 철저히 파헤쳐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린벨트 보존·개발 놓고 명확한 관점 없어 혼란스러워

이익집단에 발목 잡힌 규제 개혁… 갈등 해결 방안 제시해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서울대 객원교수),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남북 정상은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일체의 군사적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합의는 정전(停戰)협정과 한·미 연합 방위 체제에 중대한 수정·변경을 가져오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군사 합의 절차 및 발표 과정이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보도가 없었다. 이 합의는 유엔사령부, 한미연합사, 주한 미군 등이 모두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져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전협정을 수정하려면 유엔군사령관, 북한군사령관, 중국군사령관 등 3자 합의가 필요하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비무장지대(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 소관"이라고 했다. 남북 군사 합의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국방부는 52차례 미국과 협의했다고 하지만 성과는 없다. 누구와 어떤 내용을 52차례 협의했는지 추적해야 한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상대방의 대규모 군사훈련까지 협의한다고 했는데, 한·미 연합 훈련을 왜 북한과 협의하나. 자칫 한·미 방위 체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조선일보가 정전협정 관련 사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대기업 간 文대통령 "고용 늘리지 못했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10월 5일 A1면)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준공식에서 한 연설을 가지고 작성했다. 정부가 공공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민간기업으로 눈을 돌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근거가 약하다. 기사가 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정부 측에 "정말 그런가"라고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어야 한다. 설사 "아니다"는 답을 듣는다 해도 주무 부처에 사실 여부를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한마디 던진 것을 가지고 피상적으로 비판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김태수·김성철·김준경·한은형·위성락·김성호 위원, 조순형 위원장, 홍승기·이덕환·손지애·김경범·정유신 위원. /성형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과 관련해 칼럼 〈여당의 그린벨트 '내로남불'〉(9월 22일 오피니언면)과 〈'여기가 그린벨트 맞습니까'〉(9월 28일 B1면) 기사를 연결해 읽어보면 그린벨트 해제 또는 보존 중 어느 방안이 바람직한지 혼란스럽다. 칼럼은 녹지 보존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기사는 서울 근교 현장을 둘러본 뒤 훼손된 그린벨트는 보존 가치가 없으니 서민 주택 공급에 활용하자는 개발론자의 의견을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그린벨트같이 중요 사안에 대해 독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종합적 정보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기업 규제 법안 791건… '국회, 열기만 하면 쏟아내더라'〉(9월 27일 B2면) 기사는 우리 규제 시스템이 당장의 인기를 위해 현실성 떨어지는 포퓰리즘에 얼마나 깊숙이 포획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 개선 성과가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입법부의 무분별한 규제 입법 관행 때문이다. 정부 발의 법안은 규제 시행시 비용·편익을 비교·분석하는 사전 규제 영향 평가를 하지만, 의원 발의 법안은 이런 평가를 거치지 않는다. 의원 입법안 대다수는 정부의 '청부 입법'(정부가 만든 법률안을 국회의원에게 청탁해 의원 이름으로 제출하는 관행)이다. 이런 법안은 충분한 심의 없이 일괄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20대 국회 들어 의원 입법안은 1만4559건인 데 비해 정부 입법안은 803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원 입법 관행은 우리 규제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발굴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국내 '차량 공유' 투자했던 현대차, 지분 다 팔고 해외로〉(9월 12일 A2면) 기사는 규제에 묶인 미래 먹거리 산업 현장을 잘 짚었다. 내가 편집자라면 '우버와 에어비앤비 안 되는 IT 강국'이라는 제목을 달았을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원격 진료, 간편 결제 시스템같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게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나. 전통 산업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가장 큰 요인이다. 조선일보는 단지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규제 뒤에 있는 기득권층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 원인을 수급(需給) 문제로 보고 정부는 대규모 택지 개발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문제는 부동산 수급보다 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자금이 주식시장으로도 가지 않으니까 결국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런 자금이 신산업 쪽으로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날개 꺾인 한국 방위산업… 18조 美훈련기 수출 물거품〉(9월 29일 1면), 〈방산 적폐로 몰린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물갈이에 수주戰 힘도 못 썼다〉(9월 29일 3면) 기사는 KAI가 참여한 미 공군 차기 고등 훈련기 사업 수주전에서 탈락한 이유를 네 가지 들었다. 우리는 입찰가가 비쌌고 최신 기술이 아니었으며, 한 회사에 수주를 몰아주지 않는 미 국방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KAI가 방산 비리 적폐 수사를 받아 수주에 불리했다는 점을 주로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유들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탈락 이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정부, 농협·신한은행에 '태양광 사업 대출' 외압 의혹〉(10월 3일 A1면) 기사는 정부가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에 지원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출을 해주라고 NH농협은행·신한은행 등에 요구했는데 농협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팩트가 없다. 국회의원실이 제공한 자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도 자료를 가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싸이 공연, 드론봇 시연… 위문 행사 같았던 건군 70년〉(10월 2일 A4면) 같은 기사는 정부의 쇼비즈니스적 관심과 미디어 정치 등에 대한 분석이 빠져 아쉬웠다. TV로 중계된 국군의 날 행사 기획의 장단점과 우려되는 점도 같이 짚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조선닷컴에서 9월 22일부터 연재 중인 '사건의 추억' 시리즈를 보면 왜 이런 기획을 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몇 주년 되었는데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든지, 미결 사안이 해결되었다든지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럴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달 초 태풍 25호 '콩레이'가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 언론은 태풍의 오른쪽 반경이 더 위험하다고 썼다. 하지만 이번 태풍에 쑥대밭이 된 경북 영덕은 태풍의 왼쪽에 있다. 태풍의 오른쪽이 위험하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졌다. 언론은 또 태풍 경로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다. 태풍 경로를 보도할 때 실선 주변에 음영이 쳐진 부분이 있는데 이는 태풍 중심이 지나갈 확률이 70%인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태풍 경로가 이 범위 안에 들어가면 기상청 예보가 다 맞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실선만 놓고 예보가 정확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미국의 경우 허리케인 경로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어느 예보도 확실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정리=김정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