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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아이들의 읽기가 자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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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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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이가 있대요
베아트리스 루에 글, 로지 그림, 최윤정 옮김/비룡소(1996)


중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서 교사는 “중학생이지만 초등학생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쓰기는 질색이지만 그래도 그림책 ‘보기’는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도 했다. 십대들이 읽고 쓰기를 대하는 태도는 과거와 달라졌다. 한탄하기에 앞서, 이미지로 말하고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깊이 있고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하려면 문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위로 강요할수록 아이들은 읽기와 더 멀어질 뿐이다.

베아트리스 루에의 <머리에 이가 있대요>는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짧은 동화다. 아이가 스스로 읽거나, 부모가 앞부분만 읽어 궁금증이 생기도록 유도하고 아이 스스로 뒷부분을 읽도록 이끌어도 좋다.

로리타는 솔직한 아이다. 공부 잘하는 제니퍼와 올리비에라는 남자 친구가 단짝이다. 아직도 간혹 아이들 사이에 머릿니가 생겨 옮곤 하는데, 로리타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선생님이 “혹시 이 있는 사람 있어요?” 하고 묻는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 선생님은 “아까운데요. 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분에게 직접 이를 보여 줄 수 있을 텐데”라며 농담 삼아 말한다. 그러자 로리타는 이를 잡아서 선생님을 기쁘게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남자 친구 올리비에의 모자를 빌려 쓰고 난 후 로리타는 정말로 이가 생겼다. 신이 난 로리타는 이를 잡아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보여드린다. 선생님이 놀라 이의 번식 속도와 박멸법 등을 설명하는 사이 로리타는 반 아이들에게 이가 담긴 상자를 돌린다. 로리타는 뿌듯해한다. 아이들은 이제 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두 알게 되었으니까. 물론 덕분에 아이들 모두 머릿니가 생겼지만 말이다.

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작가인 베아트리스 루에는 아이들을 기르며 겪은 일들을 동화의 소재로 삼았다. 대개 베아트리스 루에처럼 아이들 곁에 딱 달라붙어 함께 생활한 교사나 엄마 작가들이 저학년 동화를 잘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서툴 뿐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다. 로리타가 벌인 해프닝은 어른들에게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로리타처럼 엉뚱하게 생각하고 사건을 일으켜 웃음을 자아낸다. 이것이 저학년 동화가 지닌 특유의 재미다. 그러나 저학년 동화가 지닌 패턴과 호흡,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생각과 말투는 성인 작가가 따라 하기 어렵다.

저학년 동화는 깊이 있는 문학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와 같다. 어린이들은 저학년 동화로 읽기 연습을 하고 동화의 재미에도 눈을 뜬다. 종내는 문학을 즐길 줄 아는 독자로 성장한다. 국내에도 김리리, 송언, 심윤경 등 저학년 동화 작가가 많지만, 아이들에게 착 달라붙어 이야기를 해줄 작가가 좀 더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의 읽기가 자란다. 7~8살.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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