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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 63년 된 조약 찢으며 이란과 국제기구 '모두에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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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범 이후 이란 및 국제기구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3일(현지시간) 63년 된 우호조약을 파기하면서 이란과 국제사법재판소(ICJ) 모두에게 앞으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같은날 발표된 ICJ 판결과 관련해 "1955년에 맺은 이란과 우호조약을 파기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솔직히 이 결정은 39년이나 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지난 7월에 미국이 해당 우호조약을 위반했다는 쓸모없는 소송을 ICJ에 제기했으며 미국의 핵합의 탈퇴 및 이란 제재 재개 결정에 도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ICJ를 정치·선동의 목적으로 오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파기된 조약은 이란이 아직 친미 국가였던 1955년에 팔레비 왕조와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해당 조약은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사태와 양국 간 단교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유지됐다.

양국은 과거 외교적 필요에 따라 해당 조약을 구실로 상대를 ICJ에 제소했다. 이란은 지난 7월 ICJ에 미국을 제소하면서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하는 것이 우호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ICJ는 3일 판결에서 이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미국에게 이란의 인도주의적 물품 수입에 영향을 끼치는 제재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결정이 이란과 ICJ 모두에게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1986년에 국제 재판에서 ICJ의 강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란은 앞서 여러차례 ICJ에 미국을 제소한 바 있으며 미국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이를 무시했다.

미국이 사실상 강제력이 없는 조약을 굳이 파기한 것은 ICJ가 이란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규탄하는 국제기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ICJ는 우리가 미국의 필수적인 안보 요소를 보호하기 위해 이란에 적용하는 제재 조치에 대해 어떠한 관할권이 없으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같은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6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국제 협약인 '외교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 가운데 일부 조항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비엔나 협약은 외교관과 공관 등의 지위를 다루는 조약이다. 볼턴 보좌관은 "소위 국가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이 최근 주 이스라엘 미 대사관 이전과 관련해 지난달 ICJ에 미국을 제소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비엔나 협약 전체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앞으로 ICJ에 제소 구실이 될 수 있는 모든 국제 조약들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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