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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망자 1200명’ 인니 강진·쓰나미, 무너진 경보시스템이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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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규모 7.5 강진과 6m에 달하는 쓰나미로 1200명이 사망했다고 지난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사고 발생 지역이 쓰나미 위력을 키울 수 있는 지형이었고 경고 시스템과 기반 시설이 미흡해 피해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28일 오후 6시쯤 규모 7.5 강진이 술라웨시섬 팔루시(市)와 동갈라군을 덮쳤다. 이후 약 20피트(6m) 높이의 쓰나미가 뒤따랐다. ‘팔루시 상징’인 강철 아치 2개로 이뤄진 길이 250m짜리 포누렐레 다리는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다. 바닷가 인근 건물들은 부서졌고 그 잔해들이 도심으로 밀려들어 갔다. 해안에서 2km 떨어진 8층짜리 로아로아 호텔은 지진에 폭삭 주저앉았다.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들은 그대로 호텔 잔해에 깔렸다. 쓰나미와 함께 밀려온 진흙이 도심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진흙밭이 됐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BNPB)은 30일 "사망자 수가 12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집계된 이재민 수도 1만7000여명에 달한다. 당초 재난 당국은 29일 오후 사망자 수가 420명이라고 발표했다가 30일 832명으로 다시 발표했다. 하루 만에 사망자 규모가 3배로 늘어난 셈이다. 무너진 로아로아 호텔 안에는 50명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 동갈라군과 팔루시 외곽 시기군이 최악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갈라군에는 30만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상황이 제대로 집계되면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앞서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수천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망자 420명→1200명으로…피해 왜 컸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역의 지형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팔루시는 너비 5㎞, 길이 18㎞의 좁은 만(灣) 가장 안쪽에 있는 지역이다. 이런 지형에 쓰나미가 닥치면 위력이 거세진다. 파고가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쓰나미 피해를 키운 것이다. 술라웨시섬 주변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주로 2m 안팎 높이였지만, 팔루시 인근 해변에서는 높이 최대 6m에 달하는 쓰나미가 관측됐다고 BNPB는 밝혔다.

과학자들은 팔루시에 쓰나미가 발생한 것이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이동 방향을 보면 쓰나미가 발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제인슨 패튼 훔볼트주립대 지구물리학 교수는 NYT에 "술라웨시섬에서 쓰나미가 일어난 것은 의외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은 쓰나미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강진이라고 이런 파괴적인 쓰나미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이번엔 좁은 만 끝으로 바닷물이 전부 모여 파도 위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흔하진 않지만, 해저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간접적으로 쓰나미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의 미흡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28일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34분 만에 경보를 해제했다. 그러나 경보가 해제된 후 팔루시에 높이 3m가 넘는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그러나 재난 당국 관계자들은 경보 중 쓰나미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재난 당국이 처음 발표한 사망자 420명 중 상당수는 이 쓰나미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높은 지대로 빠르게 대피하지 않아 쓰나미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경보가 제대로 내려졌다면 피해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루이즈 컴포트 피츠버그대 교수는 NYT에 "인도네시아는 지진해일 탐지용 22개 센서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대응 체계가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도 "지진이 발생한 이후 왜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팔루시 바닷가에서는 수백명이 지역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BNPB는 "이들이 (쓰나미) 위협이 발생했는데도 해변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즉시 대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의 행방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았다.

팔루시 로아로아 호텔이 무너지면서 사망자도 더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무너진 호텔 잔해에는 투숙객 50여명이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된 한국인 중 한명은 연락이 두절되기 전까지 이 호텔에 묵었다고 알려졌다.

구조·수색 작업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와 해안도로가 파손되고 정전과 통신두절로 인한 피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팔루 공항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 피해 지역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구조·수색 작업을 펴기 위한 기반이 망가진 것이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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