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커버스토리]오뎅으로 태어나 어묵으로 컸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맛·모양…천 가지 얼굴로 진화

고급화·다양화 ‘계속되는 도전’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 간식’ 어묵의 진화가 예사롭지 않다. 요즈음 어묵은 흑백사진 속 그 어묵이 아니다. 다들 꼬치에 끼워 국물에 담가놓은 어묵을 ‘오뎅’이라고 불렀다. 돈이 없어 군침만 흘렸던 사람도 많았다. 어묵이 서민 곁으로 다가선 것은 자동 생산이 본격화하면서다. 시끌벅적한 하굣길, 출출한 퇴근길, 김이 솟는 국물을 후루룩 털어넣고 달려가던 간이역과 고속도로 휴게소…. 어묵은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였다. 단돈 몇 푼으로 허기를 채우고 한기를 떨칠 수 있는 ‘착한 음식’이기도 했다.

추억 속의 어묵은 보통 얇은 사각형 모양이었다. 반찬용이나 포장마차 판매용이다. 성형틀에 넣어 대량으로 찍어 낸 탓이다. 공·별·상자·막대·원기둥·동그랑땡 모양이 소량 생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맛은 그게 그것이었다. 명태부터 돔·갈치·전갱이·고등어까지…. 어떤 어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묵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래된 기름에 튀기고 오래 보관한 어묵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찌고 튀기고 구웠느냐 정도의 차이였다.

2014년 즈음, 부산에서 고품질의 수제어묵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게살·치즈·베이컨·오징어·채소가 부재료로 들어간 어묵은 이미 익숙하다. 근래엔 새우·문어·광어·명란·전복·파래·흑깨도 들어간다. 몇 해 전 어묵고로케·피시케이크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통조림 어묵, 1인용 컵어묵탕, 어묵면, 김치어우동, 어묵만두, 떡갈비어묵, 어묵잡채, 어린이 간식용 어묵까지 맛과 생김꼴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예 고급 빵집(베이커리)처럼 쟁반·집게를 들고 어묵을 집는 매장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종이에 말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주던 때로부터 꽤 멀리 왔다.

수제어묵의 인기 탓일까. 어묵카페, 어묵요리전문점, 어묵바도 생겨나고 있다. 어묵박물관이 세워지고 어묵만들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부산엔 어묵관광코스까지 등장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어묵산업 생산액을 김 수출액과 비슷한 6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어육소시지와 맛살 등을 포함한 수치다. 어묵업계에서 보는 시장 규모는 2012년 2701억원에서 2013년 28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273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제자리걸음이다. 어묵베이커리와 수제어묵이 어묵 부활의 새 돌파구로 꼽힌다. 한류를 업고 해외에서 외국인의 어묵 소비량이 늘고 있는 점도 희망봉이다. 2016년 기준 99곳에서 5700여명이 일하는 어묵생산 업체들은 부산·경기·경남에 집중돼 있다. 대개 해외진출은커녕 수제어묵 생산도 망설이는중소업체다. 스시를 넘는 세계 일류 먹거리. 꿈을 꾸는 어묵 장인들의 지나온 길은 따뜻하고, 갈 길은 멀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