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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집 넓히려는 일시적 2주택자, 자칫하면 '종부세 5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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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본인 명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강남권 전용 101㎡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기존 집은 신혼 때 샀는데 자녀가 생기면서 집을 넓혀서 갈 필요가 생겨서 청약해 당첨됐다. 그는 새 아파트 입주 6개월쯤 전에 기존 집을 팔고 잠시 월세로 사는 방안을 최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 지역 2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징벌적 수준'으로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A씨는 "입주 시점이 상반기인데, 종부세 산정 기준일인 '6월 1일'까지 원래 집이 안 팔릴 경우엔 2주택자 종부세에 해당하는 수백만원을 낼 판"이라며 "이게 말이 되나 싶다"고 했다.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새로 집을 사려는 1주택자'에게까지 강력한 규제를 걸었다. '투기 의도'가 있다면 세금과 대출에서 징벌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을 넓혀 가려는 평범한 1주택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일시적 2주택 '6월 1일' 끼면 세금 폭탄

정부는 9·13 대책에서 서울 전역 등 조정대상지역 내에서는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3주택자와 똑같은 수준으로 0.1~1.2%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일시적 2주택자도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는 피할 수 있지만 종부세는 다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월 1일 기준 2채를 가지고 있었다면 2주택자에 해당하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6월 1일'을 넘기려는 매수인과 그전에 팔려는 매도인 간 눈치 싸움도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집으로 돈을 벌자고 한 것도 아닌데 200만원이면 충분할 종부세를 다섯 배나 더 내라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종부세를 2주택자에게도 징벌적 수준으로 올리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며 "상황에 따라 구제책을 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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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분양권 전매 금지인데 어떻게 파나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은행 지점 대출 창구에서 고성(高聲)이 터져 나왔다.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집에 월세로 살다가 자기 명의 집으로 돌아가려 준비 중이던 B씨였다. 문제는 그가 가진 분양권이었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빌리는 ‘전세퇴거(退去)자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지만 “분양권 포함, 2주택자라서 대출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부는 자기 집을 세놨던 1주택자가 그 집으로 돌아가려는 경우에 대해서는 LTV(담보대출비율) 40%까지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2주택자는 이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주택을 하나 팔면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내 분양권 소유자는 이마저도 못한다. 8·2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를 아예 막아놨기 때문이다.

③안 팔리는 시골 빌라 무조건 ‘주택 한 채’

9·13 대책의 고강도 규제는 지역과 주택 종류,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시장이 완전히 냉각돼 미분양이 넘쳐나고 거래가 끊긴 지방 시·군 지역 아파트든 서울 비인기 지역 빌라 한 채든 똑같은 ‘주택 한 채’로 간주돼 새집을 살 때 대출이나 청약이 제한된다. 최근 주택 시장은 ‘서울과 비(非)서울’ ‘아파트와 그 외’로 극명하게 갈라진 양극화 상태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지방인데 내놓은 지 1년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가격이 오르지도, 팔리지도 않는 빌라, 차라리 버릴까 싶다’ 같은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에 대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여신심사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은행은 그 근거 내역을 보관하고 주기적으로 감독 당국에 건수 등 처리 결과를 제출하라”고 단서를 달았다. 은행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굳이 정부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대출을 여신심사위원회까지 열면서 집행해 줄 이유가 없다”며 “정부 입장은 면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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