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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기업 내 혁신이 제대로 실행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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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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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05]'부처 간 칸막이'는 정부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어떤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주로 공직 사회의 수동적인 문화를 비판할 때 쓴다.

기업에도 '부서 간 칸막이'가 있다. 특히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부서와 이를 실행하는 부서 간 칸막이가 대표적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제품·시장에 적합한(product market fit) 형태로 손질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누락되기도 한다. 혁신을 위해 투자한 자본과 인력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사 이데오(IDEO)의 조 브라운(Joe Brown) 컨설턴트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하면서 "혁신 성과를 실행 부서에 전달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바통을 떨어뜨릴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혁신 성과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네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설명서 모델(The Owner's Manual)이다. 혁신 성과를 설명서 형식의 서류 및 파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가장 흔히 선택하고 가장 벗어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보통 설명서는 비상시에만 보기 때문에 혁신 성과가 간과되거나 잊히기 쉽다"며 "실행 부서가 이를 제대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델이 △혁신 과제에 애매모호한 것이 없을 때 △설명서가 팀 내 각 구성원에 맞춰 세분화될 수 있을 때 △기술 팀에 의한 실행만 남았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두 번째로 설계자 모델(The Architect)을 제시했다. 실행 부서의 직원이 미리 혁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이다. 혁신 성과를 모두 파악해 실행 부서에 빠짐없이 전해주는 다리(connector) 역할을 할 수 있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통 전달 과정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행 부서의 직원 한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소비재 산업과 같이 브랜드 매니저가 제품 개발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지는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한 개인이 모든 걸 관할할 수 없는 산업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대사 모델(The Ambassadors)은 혁신 부서의 직원이 이후 제품 개발 단계까지 관여하는 모델이다. 역시 제품 개발 단계에서 혁신 성과가 누락되지 않고 제대로 이행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혁신을 개발한 직원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면 혁신 성과를 가장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가 초기 사용자 연구나 장기적인 제품 관리에 관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운 컨설턴트는 벌집 모델(The Hive)을 제시했다. 다양한 부서 및 팀이 초기 단계부터 도전 과제 및 어려움에 대해 솔직히 따져보는 것이다. 법무팀, 재무팀, 준법감시팀(compliance), 인사팀 등의 직원이 혁신 적용 단계에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주로 신생 조직 및 기업과 같이 다양한 주요 부서의 직원들로 구성된 곳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된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법무팀, 재무팀, 준법감시팀 등은 기업의 항체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 모델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을 제품에 적용할 때 필요한 비용이 과하지는 않은지, 규제에 걸리지는 않을지 등을 미리 파악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각 모델의 장단점을 고려해 다양한 응용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대사 모델을 통해 혁신이 제품에 제대로 반영하게 하면서도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벌집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협업이 필요하다면 각자의 할 일을 명확히 적은 설명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혁신 부서와 실행 부서 간 소통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았다. 실제로 설명서 모델을 뺀 세 모델은 모두 실행 부서를 혼자 두지 않고 혁신 부서와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브라운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혁신 성과를 소방 호스로 한꺼번에 마시는 게 아니라, 한 모금씩 꾸준히 마시는 것에 가깝다"며 "이를 통해 혁신 성과를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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