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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고객 한 달에 6만명 빠져나가… 벼랑 끝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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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이 정부의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데이터 1GB·음성통화 200분) 추진에 따른 여파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았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보편요금제 대응 차원에서 최근 공격적으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 가입자들이 통신 3사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올 1~4월만 해도 통신 3사에서 번호 이동을 통해 알뜰폰으로 바꾸는 가입자가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갈아타는 사람보다 매달 4000~9000명 정도 많았지만, 5월 이후에 상황이 뒤집어졌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빠져나간 고객이 반대 경우보다 2만명이나 더 많은 6만4665명에 달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시장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알뜰폰 사업을 도입했으나 알뜰폰 업체들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통신 3사의 요금 인하를 밀어붙여 40여 개 군소 알뜰폰 기업들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알뜰폰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통신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노 현상으로 알뜰폰 이탈자 증가

지난해 정부의 각종 통신비 인하 정책 발표로 그해 7월 처음으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바꾼 가입자가 통신 3사 이탈 고객 수를 넘었지만, 알뜰폰 업계는 기존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로 맞대응하면서 올 초부터 상황을 간신히 뒤집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 정책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통신 3사가 지난 5월부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저가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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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7월 SK텔레콤, 지난 21일 LG유플러스까지 줄줄이 월 3만3000원에 데이터 1~1.3GB, 음성·문자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게다가 SK텔레콤은 이 요금제 가입자들이 특정 시간대에 사용한 데이터에 대해선 25%만 차감하고, KT는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25%의 선택약정 할인까지 적용되면 월 요금이 2만4750원으로 내려가 알뜰폰 업체들로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번호 이동에 따른 전체 알뜰폰 업계의 순감소 고객은 지난 5월 9149명에서 지난달 2만721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알뜰폰 업계에선 이달에는 이탈자 수가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알뜰폰 판매를 종료한 데 이어 이마트도 지난 4월부터 알뜰폰 신규 가입 업무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통신 3사 "정부 요금 인하 압박으로 우리도 힘들다"

전체 가입자가 15만명 정도인 중소 알뜰폰 업체 큰사람은 5월 전만 해도 매달 100~200명의 가입자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가입자가 수백명씩 줄어들고 있다. 윤석구 대표는 "그동안 알뜰폰 전체가 충실하게 국민에게 통신비 절감 효과를 주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알뜰폰 업체의 대표는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40명 정도인 회사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전체 3000여 명의 알뜰폰 종사자 가운데 절반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지난해 영업 손실이 265억원으로 계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여기에다 이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때문에 올해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알뜰폰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은 1만5000원대로, 2013년에 비해 4000원이 줄어들었다. 통신 3사의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이 같은 기간 3만3000원에서 지난해 3만6000원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알뜰폰 업계는 결국 지나친 정부의 통신시장 개입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져 이 같은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통신 3사의 통신비를 낮추기보다 차라리 알뜰폰 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면 지금의 위기까지 가지 않았다고 본다"며 "오히려 시장에서 알뜰폰의 성장으로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요금제를 출시한 통신 3사도 현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우리 여건이 악화된 만큼 저가 요금제 가입자라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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