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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신탁제도' 빈틈 이용해 재개발사업비 37억 챙긴 시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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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약서 작성·페이퍼컴퍼니·위장취업 등 4가지 수법 동원

경찰 "현행 신탁제도, 자금집행 관리 안돼…도덕불감증 심각"

뉴스1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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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뉴타운 재개발 과정에서 허위로 용역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사업자금 수십억원을 횡령, 이를 채무 변제와 아파트 구입, 유흥비에 유용한 재개발 시행사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은평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1600억원 규모의 오피스텔 개발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36억9500만원의 사업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업무상 횡령·배임수재)로 시행사 대표 A씨(51)를 검거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ΔA씨의 사업자금 횡령에 가담한 시행사 직원 4명은 특경법 위반(횡령)과 업무상 횡령 ΔA씨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용역업체 대표 등 8명은 업무상 횡령 ΔA씨로부터 토지 구입비 대출 성사 대가로 5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금융 브로커는 특경법 위반(알선수재) ΔA씨의 도주를 도운 신탁사 직원은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 A씨 외 14명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인근의 주상복합 오피스텔 3개동 재개발에 관여하면서 Δ'업(UP)계약서' 작성 Δ페이퍼컴퍼니 이용·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Δ조합운영비 횡령 Δ가족을 법인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신탁사에 예치된 사업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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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Δ'업(UP)계약서' 작성 Δ페이퍼컴퍼니 이용·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Δ조합운영비 횡령 Δ가족을 법인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신탁사에 예치된 사업자금을 빼돌렸다.2018.8.19/뉴스1©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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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A씨는 용역업체들에게 계약을 빌미로 용역비를 실제보다 높인 업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며 노골적인 갑질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약서를 작성하기를 꺼리는 업체들에게는 "리베이트를 지급해주는 조건이 아니면 계약하지 않겠다", "이 조건으로 계약할 업체가 줄서있다"고 압박하며 허위 계약서를 받아냈다. 용역업체들은 용역대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A씨의 요구에 응했다. A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8개 업체로부터 48회에 걸쳐 총 10억8500만원을 수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경찰에 따르면 그는 분양 대행 업무를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와 계약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혐의도 있다. 이 세금계산서를 신탁사에 제출해 사업자금 16억원을 빼돌리고 그중 3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B씨(40)에게 전달, 13억원을 주머니에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재건축 조합장의 인감도 횡령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조합장의 인감을 가지고 있다가 신탁사에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자금 집행을 요청했다. 경찰은 A씨가 이런 방법으로 조합 명의의 통장에 7억3000만원을 받아둔 뒤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아내를 시행사 직원으로 둔갑시켜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임금 명목으로 매달 400만원씩 총 2억8000만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4가지 방법을 이용해 모두 36억9500만원을 횡령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과정에서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용역업체 대표들에게 전액 5만원권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현금을 담아갈 가방을 들고 은행 앞에서 대기하다가 돈을 받아가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용역업체 대표들은 핑계를 대면서 일부러 A씨의 차명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둔 뒤 수표로 돈을 건네는 등 증거를 남기기도 했다. 덕분에 A씨의 행각은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재개발 사업자금을 신탁사에 예치하고 집행하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 항목별로 책정한 예산 금액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이 금액이 적절하게 산정됐는지,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한 사람이 지배하는 법인에서 시행사 대표가 법인 자금을 개인돈처럼 임의로 쓰는 행태가 만연해 있어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재개발 조합장과 시행사 대표의 비리를 막기 위한 신탁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자금 집행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행사가 수수한 리베이트는 결국 분양가에 반영돼 서민들의 부담으로 연결된다"며 "서민들의 생활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인 만큼 지속적으로 첩보를 수집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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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지수대는 시행사 사무실과 회계서류 은닉 장소(컨테이너 창고)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2018.8.19/뉴스1© News1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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