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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언론은 적이 아니다"..미 신문사 '반트럼프' 연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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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들이 “언론은 시민의 적”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16일(현지시간) 발행될 신문에 ‘연대 사설’로 공동전선을 펼쳤다.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같은 유력 일간지부터 발행부수 4000부 수준의 지방 군소매체들까지 전국 신문사 350여곳이 반트럼프 연대 사설에 가세했다. 이들은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트럼프의 언론관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보스턴글로브는 15일 온라인판에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신문은 “부패 정권이 들어서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을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언론 자유는 자유를 지키는 데 필수”라고 했던 존 애덤스 제2대 미국 대통령의 말을 거론하며, 오늘날 이 근본 원칙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적었다. 신문은 이달 초부터 전국의 신문사들에 “현 정부의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16일에 게재하자”며 연대 사설 계획을 제안하고 주도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진실을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언론인을 적으로 규정하면 민주주의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고 적었다. 신문은 “언론이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칭찬해달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비판해달라”면서 언론 자유를 지키는 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 충돌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트위터에 뉴욕타임스와 NBC, ABC, CBS, CNN 방송을 ‘가짜뉴스 미디어’라고 부르며 “이들은 나의 적이 아니라 미국인의 적”이라고 적었다. 언론들이 일제 비판에 나섰지만 백악관은 해명 대신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주류 언론들이 익명의 제보자를 내세운 ‘가짜뉴스’로 정권을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달 그는 영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며 “CNN은 가짜뉴스”라고 면전에서 비난했다.

언론을 향한 트럼프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언론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퀴니피악대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6%가 트럼프의 ‘언론은 적’ 발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공화당원은 5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일부 매체들은 연대 사설에 대해 이견과 비판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스턴글로브의 제안은 사설의 독립성 추구 원칙에 위배되며, 트럼프 대통령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연대 사설 동참을 거부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트럼프가 자유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독립성은 우리 핵심 가치”라며 참가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신문사들이 트럼프 손에 놀아나고 있다”면서 “언론 자유를 위해 연대사설을 쓴다면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인 관세, 지구온난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도 똑같이 연대사설을 쓸 것이냐”고 물었다. 뉴욕타임스 등과 함께 가장 강경한 논조로 트럼프 정부를 비판해 온 워싱턴포스트도 연대 사설에서 빠졌다. 이 신문은 “논설실 회의를 거친 결정”이라고만 불참 이유를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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