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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환차익' 노리는 온라인 쇼핑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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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貨)를 활용한 ‘온라인 화폐구매’ 열풍이 일고 있다. 폭락한 리라화로 낮은 가격에 사이버머니,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을 사서 환차익을 보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부과하자 리라화는 올해 초 대비 40%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조선일보

온라인 화폐를 터키 리라화(貨)로 구입하는 신종 쇼핑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폭락한 리라화로 낮은 가격에 사이버머니,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을 사서 환차익을 보는 것이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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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국가설정 ‘터키’로 바꾸는 사람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초코’라는 사이버머니가 통용된다. 초코로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구입할 수 있다. 이모티콘 하나의 값은 ‘200초코’다. 200초코는 한화로는 2200원이다. 그런데 결제 화폐를 터키 리라화로 바꾸면 16일 현재 1355원(7.19리라)로 살 수 있다. 같은 이모티콘을 반 값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 초코 판매수익은 375억원에 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리라화로 초코 구매하기’ 비법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카카오톡 사용자 국가 설정을 ‘터키’로 변경한 뒤, 현지 주소를 등록해야 한다” “현지주소는 터키 아무 주소, 아무 우편번호만 넣으면 된다”면서 터키 현지주소지 등록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리라화로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 ‘하스스톤’에서 아이템 묶음 하나를 구매하는 데에 5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터키로 사용자 국가설정을 바꾸면 같은 아이템 묶음 가격이 약 3만5000원(189리라)만 지불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터키로 사용자 국적을 바꾼 뒤 게이머들의 아이템 구매를 대행해주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일종의 리라화 구매대행업자인 셈이다. 한 ‘리라화 구매대행업자’는 5만원짜리 아이템을 3만5000원에 사주는 대신, 수수료로 2000원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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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을 터키 리라화로 싸게 결제해 시세차익을 챙긴 뒤 양도해 주겠다는 광고 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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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서 리라화 결제 급증
리라화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관세부과 발표가 있었던 지난 10일부터다. 하루하루 폭락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생겼다. 이 점을 파고들어 물건을 싸게 사들인 구매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현재 홍콩 기반의 온라인 쇼핑몰 ‘예스스타일(YESSTYLE)’에서는 한화 20만원짜리 핸드백이 리라화 결제로 15만원 안팎(약 922리라)에 팔렸다. 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리라화로 결제했다는 A씨는 “터키 리라화로 결제하니까 카드사에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갑자기 리라화 결제건수가 늘어났다고 하더라”는 후기를 썼다.

리라화 결제자가 갑자기 늘어나자 이 온라인 쇼핑몰은 환율을 재조정했다. 16일 현재는 리라화로 사는 것이 원화로 살 때보다 오히려 비싸다.

앞선 2016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貨) 폭락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베네수엘라에서 판매한 운영체제(OS) ‘윈도우 10’는 현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 국적을 베네수엘라 설정한 뒤 3000원에 ‘윈도우 10’을 구매했던 일부 사용자들은 OS를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터키 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 구입하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시들하다. ‘얌체구매’ 했다가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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