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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박원순 “서울 집값 상승이 나 때문?…보유세 높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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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원순 서울시장 옥탑방 인터뷰]

서울 집값 내리기

“상위 1%에 세금 더 물려야

서울시에 공시지가 매길 권한 줘라”

강남북 격차해소 방안?

“SH공사 등 강북이전 고려

광진구 상업지역 늘릴 수도”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말이 안되는 탁상공론”

안희정 판결엔 “잘 몰라”

이재명·김경수 질문엔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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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안으로 들어서자 보일러를 틀어놓은 것처럼 방바닥에선 열기가 느껴졌다. 한쪽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해준 하얀색 선풍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한여름 밤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집에도 에어컨이 있어요.” 연방 땀을 닦는 기자 앞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얀색 스티로폼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 뚜껑 부분에는 동그란 구멍 두 개가 나 있었다. 상자에 얼음을 채우고 휴대용 손선풍기로 한쪽 구멍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반대쪽으로 찬바람이 나오는 구조였다. 박 시장은 “주민이 선물해준 것”이라고 아이처럼 자랑했다.

지난 14일 저녁 8시, <한겨레> 김규원 사회2 에디터와 김경욱 수도권 팀장이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사간 맥주와 주전부리를 꺼내놓자, 박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씨가 땅콩을 가져왔다.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 이곳에 입주해 ‘옥탑방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 옥탑방의 안팎은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했고, 대문 밖엔 그를 만나러 온 주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박 시장은 이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근 날씨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에 대해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현재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도 실거래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정부의 본의는 아니겠지만, 결국 (현재의 정책은) 1%의 부자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다음 달 28일부터 시행되는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되는 제도”라며 “행정안전부가 자전거 안전모 미착용을 단속하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에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에 필요한 2만개의 안전모를 비치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박 시장은 시정과 관련한 질문에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으나,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과 당내 대권 경쟁자로 손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 관련한 질문은 피해갔다.

―옥탑방 한 달 살이는 ‘쇼’ 아닌가?

“그런 말로 의도를 모욕하지 말라. 지금 온 국민이 폭염으로 고통받는데 나 혼자 에어컨 펑펑 나오는 공관에서 자란 말인가? 자영업 생존율이 20%가 채 안 되는 절망의 시대에 명색이 서울시장 7년째 하는데 여기 와서 공감하고 위로하고 이런 행위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서울시장이 이곳에 오는 것은 서울시청이 옮겨 오는 것이다. 부시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주택국장, 교통본부장 등이 모두 이곳을 둘러봤다. 주거 개선을 어떻게 할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장 속에 답이 있다. 정치인은 다르다.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치인이 와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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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에서 생활한 지난 20여일 동안 어떤 것을 느꼈나?

“99 대 1 사회의 상징적인 모습을 봤다. 이것은 물론 강북만이 아니고 전국적, 전 세계적 현상이다. 동네 경제가 다 무너졌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기업 체인점, 프랜차이즈가 동네 상권을 지배하고 있다. 마을 경제를 살려야 한다.”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이나 환경정비사업 등을 하면서 2조원이 넘는 돈이 서울 곳곳 마을에 뿌려진다. 이 지역에도 현재 61억원이 배정돼 있다. 이 돈을 기업들이 와서 공사나 집수리를 하고 가져간다. 이를 유출시키지 말고 마을 내에서 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형 마을기업을 통해 주민들이 사업을 맡는 방식이다. 동네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한 자원봉사단 ‘해뜨는 집’을 보니 목수, 미장이, 도배사 등이 소속돼 있더라. 이런 곳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기술을 배운 주민 대여섯명이 모여 작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재생·정비사업을 주민 사업단에 맡기는 거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관련 예산의 30% 정도라도 주민들에게 수입이 돌아갈 수 있다. 또 대기업 생산품이 아닌 수제품, 공예, 목공, 리사이클 등 소비를 통해 동네를 살릴 수 있다. (마시던 맥주를 가리키며) 맥주도 대기업 맥주가 아니라 스스로 수제 맥주를 생산하고 동네 펍에서 소비하면 생산과 고용이 창출될 수도 있다.”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해 강남의 서울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던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이나 에스에이치공사, 서울시인재개발원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관련 기관의 노동조합 등의 동의도 거쳐야 하는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또한 서울 시내에서 상업지역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광진구다. 이런 곳의 상업지역 비율을 높여주고 개발이익을 환수해 지역 발전을 위해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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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이른바 ‘싱가포르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이 또다시 오르고 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그 발언은 지금 여의도에서는 재건축이 단지별로 추진되고 있는데, 그렇게 개별적으로 난개발을 하면 안 되고 마스터플랜을 잘 만들어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취지야 어떻든 시장 반응은 다르게 나타났다. 시장으로서 발언 하나의 무게가 엄청난데, 결과 관리가 안 된 발언 아닌가?

“부동산업자들이 부추기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다. 내가 부동산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서울의 모든 지역이 골고루 좋아지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곳을 떠나면 강북이 불타오를 것이다.(웃음)”

―서울 집값은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실수요자가 아니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 다주택 보유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상위 1%에게 좀 더 세금을 물려서 나머지 99%를 위한 공공주택에 써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공시가도 서울시가 매길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그러면 실거래 가격을 (공시가에) 반영할 것이다. 조세의 대원칙은 실질 과세다. 정부의 본의는 아니겠지만, 결국 (현재의 정책이) 1%의 부자를 위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를 더 강화하지 않을까?

“그건 나한테 묻지 마라. 모든 것을 나한테 물으려고 해.(웃음)”

―자전거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탁상공론이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 자전거 헬멧을 쓰게 하는가. 법안을 발의한 이도 여기 옥탑방에 와봐야 한다.”

―‘따릉이’가 2만대 넘었는데, 여기에 안전모를 비치하지 않을 것인가?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안전모 미착용을 단속 안 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비치할 필요가 없다. 여의도에 안전모를 시범 비치한 것도 억지 춘향 격으로 한 것이었다.”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에서 다음 달에 신곡보를 개방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보를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건가?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고양시, 김포시도 동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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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특별법으로 차량 강제 2부제를 시·도지사가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면 그다음 날 바로 시행할 계획인가?

“그렇다. 올봄에는 권한이 없어서 못 했지만 이제 권한이 생겼으니, 미세먼지 심각하면 바로 시행하겠다. 서울시가 시행했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강제 2부제를 위한 마중물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른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전 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권주자로 새롭게 떠오른 김경수 경남지사도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관운을 타고난 건가?

“아이고, 초장 운세만 보고 서울시장 당선증 잉크도 안 말랐는데,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웃음)”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나?

“왜 나한테 물어보냐. 됐다. 옥탑방에서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해.(웃음)”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정치인이고 행정가이지만, 정체성은 소셜디자이너다.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화두다.”

―헤어스타일이 달라져 미남이 됐다고 하더라.

“그건 하나의 퀘스천 마크로 남겨둬라. 노하우가 있다. 다음에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웃음)”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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