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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일사일언] 주인만 따라다니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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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광일·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소장


얼마 전 한 회사에서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해소할 장난감을 개발했다며 의견을 물어왔다. 개가 짖으면 그 음성을 인식해 장난감에서 자동으로 간식이 나와 뿌려지는 방식이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개의 분리불안은 애착 대상으로부터 떨어지거나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될 때 표출된다. 사람처럼 개도 불안이 극에 달하면 아무리 맛있는 간식이라도 좀처럼 입에 대기 어렵다. 누군가 힘들고 괴로워서 소리를 지를 때 맛있는 음식으로 달래려 한들 그것이 통할까? 개 또한 크게 다를 바 없다.

분리불안이 심한 개들의 공통점은 밥을 먹거나 자는 일상생활을 모두 주인 가까이서 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집 자체보다 주인의 주변을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주인의 행동이 잘못된 학습으로 이어지는 탓이 크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무릎이나 품으로 반려견이 다가올 때 간식을 주고 다정하게 스킨십을 해준다.

반면 개집이나 다른 방에 개를 들여놔야 할 때는 "들어가!" 식으로 강하게 명령한다. 이런 기억이 반복되면 개는 주인의 주변만 맴돌고 주인이 보이지 않으면 문제 행동을 하기 쉽다. 개와 24시간 붙어 있을 수 없다면, 주인보다 집이라는 장소에 대해 애착을 느끼게끔 가르쳐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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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에 당부하고 싶다. 개를 기르는 많은 사람이 주로 자신의 반려견에게 잘못된 애정을 쏟아 문제 원인을 제공한다면, 반려견 제품들은 여전히 '개는 그저 동물'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가 짖으면 약한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짖음 방지 목걸이' 같은 물건이 대표적이다. 개가 사람과 살려면 어떤 점들은 반드시 교정돼야 한다. 그러나 개도 생각할 줄 알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한다. 개에게 지나친 애정이 독이 될 때도 있지만, 모자람보다는 언제나 낫다.




[정광일·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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