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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금감원, 제약·바이오 ‘뻥튀기’ 공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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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단계 성과 부풀리지 못하게

정확한 기재양식 마련, 투자자 보호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묻지마’ 공시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15일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이 신약 개발과 투자 실패의 위험성을 사업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해당 기업들이 신약 개발 내용은 사업보고서 내 ‘연구개발 활동’ 부문에, 라이선스 계약은 ‘경영상의 주요 계약’ 부문에 세부적으로 정확히 기재하도록 했다. 투자자 판단을 돕기 위해 중요 항목을 어떻게 작성할지에 대한 통일된 서식도 만들었다. 박재흥 금감원 공시심사실 팀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은 연구와 개발 과정이 특수한데 그 내용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과정이 불투명했다. 투자자가 정보를 구분하기 쉽도록 공시 양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런 조처를 한 건 상당수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신약 개발’이나 ‘기술 수출’ 등을 내세워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신약 개발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전 임상 시험(동물 대상 독성·부작용 확인)→임상 1상→임상 2상→임상 3상→판매 승인’ 등 많은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1상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임상 1상 단계에 도달하더라도 실제 판매 승인까지 가는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기술 수출 계약을 맺더라도 성공 보수 방식이 대부분이다. 신약 개발에 최종적으로 성공하고 매출이 나와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마저도 높은 실패 가능성 탓에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성공 보수 수취율은 다른 일반 제조업 등에 비해 낮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이 초기 단계의 성과를 부풀려 공시하면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발생하곤 했다. 일부 업체들은 신약 개발 실패나 중단 사실조차 공시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만든 모범 규준은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 공시 때부터 적용된다. 다만 강제 사항은 아니라 공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면 모범 규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받지는 않는다. 박재흥 팀장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불성실 공시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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