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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최악 체감실업, 일자리 상황판 거꾸로 돌린 정부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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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업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통계치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올 상반기 11.8로,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1.2%포인트나 높다. ‘고용보조지표3’은 실업자 외에 추가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모두 포괄하는 지표이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하는 실업자 개념보다 실상을 더 잘 반영한다.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은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제조업 취업자가 줄었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 제조업 취업자는 453만1000명으로, 4년 새 가장 적었다. 지난해 상반기 7만명이 줄더니 올 상반기에도 2만3000명이 감소했다.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에서 일자리 급감 현상이 고착화하는 것이다. 2월 이후 취업자 증가수가 예년의 3분의 1 토막 난 것은 이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이런 사태는 잘못된 일자리 정책이 빚은 재앙이다. 통계청은 “자동차·조선뿐 아니라 여성 인력이 많은 의복·식료품 분야에서 취업자가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여성 인력을 많이 고용하는 노동집약 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섬유·의류·식품 등 중소기업에서는 인력 감축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 탈출도 이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기업의 해외투자로 지난해 유출된 일자리는 43만9000개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에 이어 내년에 또 10.9% 오르는 만큼 일자리 유출은 가속화할 것이 자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창용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가격을 올리거나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가격 메커니즘에 손을 대면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외면하니 파행이 빚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되레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반시장적 조치만 남발할 뿐이다. 공공 일자리 17만명을 늘린다는 소식에 공시생만 봇물을 이룬다. 일찍이 보지 못한 고용시장 왜곡이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을 이런 식으로 거꾸로 돌리니 ‘일자리 정부’에서 최악의 실업사태가 생기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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