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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일본 반대'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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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일제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이면서, 일본이 가장 뻔뻔스럽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위안부 문제다.

그중에서도 일본군의 만행을 세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 역시 일본의 방해로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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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윤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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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일은 기억 못해도 옛일은 왜 이리 생생한지 모르겠다." -고 김순덕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많은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73번째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찾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는 피해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품은 또 다른 증거들이 오롯이 남아 있다.

생존자들이 피해를 증언한 구술기록, 심리검사·기자회견·집회 관련 영상기록,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 유품 등.

역사관 1층 전시공간 한편에는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어린 소녀가 낯선 손에 팔목을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그린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끌려감')에는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타지로 끌려가는 조선 여인의 공포심이 느껴진다.

이용녀 할머니의 '끌려가는 조선 처녀',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 강덕경 할머니의 '빼앗긴 순정' 등에도 할머니들의 깊은 상처가 오롯이 배어 있다.

이 작품들은 1993∼1995년 할머니들이 정서적 안정을 위해 마련된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그린 것이다.

또 할머니들의 생전에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옷가지, 의약품 등의 유품도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 것들 이외에도 나눔에 집에는 지난 2013∼2014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위안부 관련 기록물 3천185점에 보관돼 있다.

이 기록물들은 위안부 피해 실태를 규명하고 피해 생존자들의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로 역사적, 학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 220점을 비롯해 일본군 전유물(군표·칼·철모 등), 피해자 흉상(15명), 모형 위안소, 피해자 납골함(10명), 추모비(10명), 증언 영상 및 녹취 등 다양한 유형의 기록물이 포함돼 있다.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의 그림을 비롯한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할머니들의 고통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증언과 진술, 유품 등은 수없이 죽어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 식민지 피해자들, 지난 한 세기의 격랑 속에서 소리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여성의 경험과 기억, 고통과 아픔"이라며 "성노예 관련 기록물이 역사의 교훈으로 남도록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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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는 할머니들의 생전에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옷가지, 의약품 등의 유품도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사진=윤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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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유네스코 등재해서 세계사적 기록물로 남겨야"

하지만 유네스코는 지난해 10월 한국과 중국·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라는 이유를 댔지만, 결국 유네스코가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던 일본의 압력에 두 손을 든 셈이 됐다.

실제로 일본은 피해국들이 지난해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자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면서 분담금 납부를 미루다, 보류가 결정되자 분담금을 납부하는 비양심적 행태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등재 사업 지원 예산마저 끊기면서 한국 정부로부터도 외면 받았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위안부 기림일'인 8월14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눔의 집이 위치한 경기도 역시 유네스코 등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1일 나눔의 집에서 열린 기림일 행사에서 "참혹한 인권침해의 역사적 사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며 "세계 기록으로 남겨서 언젠가는 이 반인권적 행동들이 반드시 규명되고 처벌된다는 사실을 역사적 경험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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