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기업문화가 연봉보다 중요" 온라인 채용 표본으로 본 `구인의 경제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203] 지난해 9월 아마존이 북미 지역에 제2 본사(HQ) 후보지를 공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300여 개 신청 도시들은 일자리 5만명과 직접투자 50억달러를 위해 세금 인센티브 패키지와 부동산 옵션을 조정했다. 기업을 도시로 유치하기 위해선 적절한 세제상 특혜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는 지역 자치단체장들을 유혹한다.

미국은 올 2분기 4.1% 성장률을 기록하며 실업률은 3개월 연속 3%대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은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구인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취업·채용 사이트 '글라스도어'(Glassdoo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체임벌린(Andrew Chamberlain) 박사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 기고를 통해 구인난을 겪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3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글라스도어는 전 세계 77만개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4000만건에 달하는 평가 정보를 갖춘 업체다. 체임벌린 박사는 최근 글라스도어에서 일주일간 66만8000가지가 넘는 온라인 채용 표본을 활용해 '구인의 경제학'을 분석했다.

◆지역 인재가 관건

체임벌린 박사에 따르면 구직자 대부분은 회사를 따라 이사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다들 집과 가까운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다. 한 회사가 새로운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면 현지에서 대부분 직원을 구해야 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글라스도어에서 시작한 채용 프로세스 중 71.5%가 구직자 자신이 속한 대도시 지역에서 진행되는 채용이란 게 드러났다. 이는 이전을 고려하는 회사나 새로운 사무실을 열면서 다른 곳에 거주하는 상당한 숙련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을 세운 회사에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기술 주도 경제에서 인재는 많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많은 근로자들이 최고 수준의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도시로 떠나는 기업을 따라가길 원한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는 점을 데이터가 보여준다.

체임벌린 박사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구직자 중 일부는 다른 이들보다 더 기꺼이 이사하려고 한다. 가장 이동성이 높은 직종은 기술과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하는 고임금 근로자였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새너제이 같은 대도시들은 오늘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최우선 목적지였다.

그러나 육체 노동이나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는 다른 곳의 일자리에 적용하기 어렵다. 바텐더, 트럭 운전기사, 소매업 종사자 같은 직업군은 외부 대도시에서 인력을 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현장 직무 인력을 많이 뽑으려는 회사에는 지역 노동 시장 외부에서 인력을 찾는 일이 큰 도전과제다.

◆기업문화가 연봉보다 더 중요하다

체임벌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더 높은 임금을 주기보다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의 연구 결과 1만달러 더 높은 연봉을 제시받은 구직자는 자가 지하철 통근 권역을 벗어나 일할 가능성을 절반가량 높인다고 나타났다. 그러나 글라스도어 기업평가 기준(5점 척도)에서 평점 1점 이상 더 높은 회사등급을 얻게 되면 연봉 1만달러를 더 지불하지 않고도 통근권역 외부에서 인재를 유치할 확률에 6배가량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 글라스도어와 비슷한 평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잡플래닛' 등이 있다.

좋은 기업문화는 결코 '공짜 점심'이나 탁구대를 뜻하진 않는다. 그의 연구결과 좋은 기업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직원을 위한 학습·경력개발 기회 △사회적 이익과 연결되는 명확한 기업가치와 사명 △우수한 리더십 등이다. 이 요소들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준다.

◆장거리를 이주한 인재들은 다양성이 떨어진다

체임벌린 박사가 진행한 연구의 마지막 시사점은 회사 이전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구직자 풀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의사가 더 강하다. 직위·교육·연령을 통제해도 남성은 여성에 비해 통근 권역 밖에서 취업할 가능성이 약 3.3% 더 높았다.

숙련됐지만 나이가 많은 근로자의 경우도 자신의 통근 권역 밖에서 일할 가능성이 훨씬 적었다. 이들은 자가 주택 보유 비중이 높고 가족으로 인해 일자리를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기업 소재지 외부에서 인재를 모집하려는 기업들은 후보자 풀이 경력 있는 나이 든 근로자나 여성 지원자를 배제하는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직자 풀의 다양성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외부로부터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기술 분야에서 젊은 남성 구직자와 원격 근로자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은 회사들에는 더욱 그렇다.

근무 환경과 기술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리학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인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회사나, 먼 곳에서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임금과 좋은 기업문화를 제공하는 법을 아는 회사가 계속 생겨날 전망이다.

[안갑성 기업경영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