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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국회 상임위 돋보기③] 기재위, 文정부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화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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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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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회가 남북·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외교·안보에 치중했다면, 후반기는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 이슈가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경제정책 실정에 있다고 보고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대여공세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관련 입법 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여야 공방의 중심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을 소관부처로 두는 기재위는 예산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상임위인 만큼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직결돼 있다. 당장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2차 추경, 세제 개편안, 2018년도 예산안 심사 등 손 대기 힘든, 뜨거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갔을 정도로 여야 대권 잠룡들이 선호하는 상임위다.

여야 간사들의 포부에서도 전운이 감돈다.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간사 윤영석 의원은 “기재위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성과물을 도출하는 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간사 김성식 의원도 “국민의 입장에서 경제 현안을 잘 따지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文정부 ’소득주도성장’이 최대 쟁점… 야권 “장하성 기재위 증인으로 부르겠다”

후반기 기재위의 핵심 이슈는 역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이 오르면 가계소득이 늘고 내수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임금 부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기대했던 내수경제 활성화도 지지부진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야권은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입안자들도 문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물음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성장’을 제시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정책기류를 보면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포용적 성장은 큰 개념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이 포괄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이미 한차례 기재위에서 맞붙었다. 기재위는 지난달 27일 후반기 첫 전체회의를 열고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의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말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완전히 허구”라며 “고용은 절벽이고 저임금 근로자 생활은 점점 어려워진다. 재정으로 메운다는 데 한계가 있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도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을 빨리 쓰레기통에 던지라고 했는데 여전히 그것을 안고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소비가 없어 투자처가 없어서이고, 소비가 적은 것은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인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기재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경제파탄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야당과 공조해 장 실장과 홍 전 수석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 경제파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인 최저임금 인상도 기재위의 핵심 쟁점이다. 최저임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소관이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 10.9%로 2년 연속 두자릿 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불복해 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고사할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기업의 착취가 자영업자 위기의 근본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로 넘어온 세법개정안… 여야 EITC·종부세 두고 첨예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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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일보DB


지난달 30일 정부가 ‘2018년 세법 개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공이 기재위로 넘어 왔다. 개정안은 이달 16일 입법예고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1일 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내년부터 5년간 연봉 6500만원 이상인 근로자와 중견 규모 이상 기업에 79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반면 저소득층 소득과 중소기업에는 3조2000억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향후 5년간 총 12조6000억원의 세금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수 감소 세법개정안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10년만이다.

여야가 가장 이견을 보이는 항목은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인 근로장려세제(EITC)와 ‘부자증세’로 꼽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EITC는 일정금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해 총 334만 가구에 3조8000억원을 지원하겠고 했다. 기존 지급규모 1조2000억원 대비 2조6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EITC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좀 더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당 일각에서는 ‘선심성 퍼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은 특히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축소하고 EITC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권은 일자리안정자금과 EITC는 별개라며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종부세의 경우 내년부터 6억원 초과(과세표준 기준) 주택을 보유한 고소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이 0.1~0.5%포인트씩 인상하는 내용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0.3%포인트 추가 세율이 적용돼 최고 2.8%의 세율이 적용된다. 비과세가 적용됐던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은 내년부터 분리과세가 적용되며, 해외금융계좌와 해외부동산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민주당은 정부의 종부세 인상이 ‘약하다’는 반응이다. 김정우 의원은 “더 과감한 부동산 보유세 부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국민 기대가 컸음에도 이번 개정안은 조금 약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중산층 세금 폭탄’, ‘전형적인 편가르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종구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종부세를 개편하지 않아도 성장률의 2배에 달하는 지가상승으로 인해 향후 종부세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국당 의원도 “종부세 개편안은 결국 부자들을 ‘사회악’으로 프레임을 짜는 정책 아니겠냐”며 “게다가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7억원에 달하는데 곧 중산층도 종부세 폭탄을 맞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여야 경제통·공격수 전면배치… 민주, 소득주도성장 3인방 빠진 점은 ‘의아’

굵직한 경제현안이 산적한만큼 상임위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여야 모두 당내 ‘경제통’과 ‘공격수’를 대거 투입했다. 후반기 기재위에서 여야간 소득주도성장 입법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지원사격할 공격수들이 후반기에 일부 기재위를 떠나면서 화력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전반기 민주당 기재위를 견인했다고 평가받는 김태년·박광온·김종민 의원이 기재위에서 빠진 것은 여권 내에서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정당이 독점했던 기재위원장을 처음으로 민주당이 가져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기재위원들의 경우 당내 사정 등을 고려해 적적히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후반기 기재위원장은 정성호·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1년씩 번갈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김정우 (간사)·박영선·김두관·심기준 의원이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기재위에서 활동한다. 여기에 김경협·서형수·유승희·윤후덕·이원욱·조정식 의원이 가세했다.

한국당에선 기재부 출신 의원들을 대거 배치하며 대여 공세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광림(재정경제부 차관)·이종구(재경부 금융정책국장)·추경호(기재부 제1차관) 의원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여기에 권성동·최교일·나경원 의원 등 법조인 출신도 대거 배치했다. 심재철(5선)·나경원(4선)·권성동(3선)·김광림(3선)·이종구(3선) 등 다선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특징이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유승민·김성식(간사) 의원이 참여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기재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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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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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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