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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글로벌 호황 1년을 역주행한 '소득주도성장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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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의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경기 불황이 눈앞에 닥쳐왔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실물 지표가 나빠지는 가운데 경제 심리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1년여간 소득주도성장 실험에만 몰두해온 결과, 한국 경제가 성장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혹한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부진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투자·소비의 트리플 부진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먼저 생산은 전달 대비 0.7% 줄어 석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광공업과 건설업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11% 증가했는데도 자동차(-7.3%), 화학제품(-3.6%) 등 다른 업종이 부진하면서 0.6%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 생산도 4.8%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생산은 2015년 4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 안팎씩 건실하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작년 4분기 -0.7%로 주저앉은 뒤 올해 1, 2분기에 각각 0.7%, 1.1% 증가에 그쳐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조선비즈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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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부진은 더 심각하다.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설비투자는 전달 대비 5.9% 감소해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설비투자는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건물이나 기계·설비 등을 늘리는 활동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16년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계획했던 설비가 갖춰진 이후 투자가 주춤하다"고 말했다.

고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설투자는 4.8% 감소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건설수주는 18.3% 줄었는데, 정부 발주가 69%나 급감한 것이 타격이 컸다. 정부가 복지 예산을 늘리는 대신 인프라 투자를 줄인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목표로 삼고 있는 소비 역시 만성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 5월 2개월 연속 감소했던 소비는 6월에는 0.6% 증가로 반등했으나, 월드컵 특수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비내구재 소비가 반짝 살아난 영향이 컸다. 반면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는 6월에도 2.8% 감소했다.

◇경기심리도 메르스 때만큼 식어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기대에 부풀었던 경제 심리도 실물 경제 악화와 함께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를 보면, 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급락했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어렵게 본다는 의미다. 7월 BSI 75는 최순실 국정 농단 충격으로 경제 심리가 나빴던 작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락 폭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 6월 9포인트 하락 후 최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통상 갈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기업들이 버티려면 그나마 내수소비라도 살아나야 하는데 2분기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을 보면 상당히 부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판단을 못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4.5포인트 떨어져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에 따라 실물과 심리 지표를 합산해 향후 6~9개월 후 경기를 점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이후 한 번의 상승과 두 번의 보합을 제외하면 줄곧 내리막이다. 통계청은 이 수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일자리인데, 2~6월 일자리 증가 폭(평균 10만3600개)을 보면 정부 목표치(18만개)는 달성 불가능한 숫자"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완연한 경기 후퇴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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