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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비즈톡톡] 4차산업혁명 하자며 '수학' 능력 떨어뜨리는 교육부에 성난 과학기술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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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 국내 대표 과학기술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들 단체들이 모이는 이유는 ‘2022 수능에서 수학·과학 바로 세우기’를 위한 과학기술계 성명서를 공동으로 발표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명서 발표에 참여하는 단체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 언급된 단체들 외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약학교육협의회,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입니다.

과총은 국내 과학기술 분야 학술단체의 총연합체입니다. 한림원은 과학자, 의학자를 포함한 이공계 전 분야 석학들로 회원이 구성되는 기관입니다. 여기에 공과대학과 자연대학 학장, 그리고 수학과 과학 분야 교육 관련 단체가 모두 성명서에 동참하는 셈입니다.

조선비즈

/조선DB



이들이 이처럼 함께 힘을 모아 나서는 이유는 짐작하듯 교육부가 지난 2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 과목을 제외한 데 이어 최근 2022년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에서 수학 문이과 단일형 출제, 그리고 출제범위에서 기하, 과학Ⅱ를 제외하는 시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 단체들은 교육부의 수능 과목 구조 개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수학의 경우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진학생에게 요구되는 수학의 학습 내용과 수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문이과 통합 단일형 출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및 경쟁력 상실, 이공계열 진학생들의 상위 등급 변별력 저하 등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는 지적입니다.

과학은 2015 교육과정의 과학Ⅰ과 과학Ⅱ를 합해야 각 영역(물리, 화학 등)의 완전체가 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수능 과학Ⅰ 과목만을 출제대상으로 할 경우 반쪽짜리 공부가 돼 이공계열 전공 공부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세계 어느 국가도 이공계열 진학생을 위한 대학수학능력을 판가름하는 시험에서 과학Ⅱ를 평가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단체들은 “해외 주요국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학·과학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은 ‘학습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수학·가학 분야 교육과정과 수능 출제범위를 줄여왔다”며 “그 결과로 이공계 진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와 국가 경쟁력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필수 기초소양을 학습하지 않고 진학하면 이공계열 학부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대는 공대 신입생 중 고등학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물리학 기본’을 의무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를 못하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자 대학교가 스스로 물리학 분야 기초 교육을 도맡은 셈입니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 중 수십모집 학생 4066명 중 1813명, 정시모집 학생 1734명 중 968명이 물리Ⅱ를 배우지 않고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협단체들에게는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번 과학기술 협단체들의 집단 성명서 발표와 반대는 ‘밥그릇’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가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어도 더 커보입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협단체들의 주장과 논리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이고 정책을 찬찬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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