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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전력수요 예상 초월하자… 탈원전 정부, 원전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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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주에도 폭염이 지속돼 전력 수요가 늘겠지만 예비 전력이 1000만kW, 예비율 11%이상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산업부의 이 같은 전망은 불과 3시간 만에 빗나갔다. 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8808만kW로,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했다. 예비 전력은 1000만kW 아래로, 예비율은 10.7%로 떨어졌다. 정부는 당초 8월 2~3째주 전력 수요가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훨씬 일찍 찾아온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가 정부 목표치를 넘어섰고,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 목표치도 이미 지난 16일 최대 전력수요(8630만6000kW)가 종전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2016년 8월 12일, 8518만3000kW) 기록을 경신했다.

◇빗나간 수요 예측

여름철 역대 최대 전력 수요는 이번 여름 들어 벌써 네 번이나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잇따라 빗나간 데 대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불허 등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너무 낮게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는 "장기 수급 계획은 향후 필요한 전력설비 마련을 위해 수립하는데, 이상기온에 따른 극단적인 전력 수요를 전망에 반영하면 전력 설비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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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대 전력 수요 예측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보수적으로 여유 있게 전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력 설비 과잉에 따른 손실보다 전력 수급 불안에 따른 산업 피해 등 치러야 할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7월 16~20일)까지는 원전을 16기까지만 가동하면서 석탄과 LNG 발전을 늘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했다. 이 기간 석탄발전은 56기에서 59기로 3기가 추가로 가동됐고, LNG 발전은 228기에서 230기로 2기가 늘었다.

원전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이 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늘 뿐 아니라 발전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유연탄과 LNG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7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t당 118.88달러,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100만BTU(천연가스 거래단위)당 10.4달러를 기록했다. 2년 전인 2016년 7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t당 59.62달러, LNG 가격은 100만BTU당 5.6달러였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12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계, 여름 전력수급 우려

비싼 석탄과 LNG를 풀가동해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여름철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예비율은 17일 12.7%에서 20일 10.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결국 다시 원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정비를 마친 한울 4호기는 지난 주말인 21일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가동 중인 원전은 전체 24기 중 17기로 늘었다. 정부는 지난겨울 14기에 불과했던 원전 가동을 올여름엔 19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작년 여름엔 수요 감축 요청(DR)을 단 두 차례 했다. DR은 전력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전기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그만큼 금전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겨울엔 DR을 10차례나 했다.

정부는 잦은 DR 발동이 기업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올여름엔 '예비력이 1000만kW 이하로 떨어지고, 최대 전력 수요(8830만kW)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때'로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예비전력이 지난 16일과 20일 1000만kW 이하로 떨어져 DR이 발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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