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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관광대국 일본, 카지노 규제까지 풀어 세계인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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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관광 판도 바꿀 '카지노 복합리조트' 법안 통과

연간 300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본이 20일 또 하나의 강력한 해외 관광객 유인책을 만들었다. 일본의 연립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이 20일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IR· Integrated Resort) 시행 법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가결시켰다. 동아시아의 관광 판도를 바꿀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IR법의 핵심은 일본 내국인까지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카지노를 전체 리조트 면적의 3% 이내로 제한했지만 벌써부터 규모와 영업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사카·홋카이도·나가사키·요코하마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 중 3곳을 선정해 IR 영업을 시작하고, 카지노 사업자가 수익의 30%를 해당 지자체에 기부하는 조건이다.

일본에서 IR이 활성화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카지노가 합법화된 싱가포르·마카오·필리핀으로 여행을 가던 관광객들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전국에서 1만개의 파친코 매장이 영업할 정도로 도박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여기에 미국 카지노 업계의 큰손들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MGM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 정부와 연립 여당은 IR에 카지노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제회의장, 공연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지역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일본 다이와(大和)연구소는 요코하마·오사카·홋카이도 세 곳에 싱가포르와 동일한 규모의 시설을 만들 경우 연간 약 2조엔의 경제 파급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IR 찬성론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것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2010년 IR 도입 후 GDP가 1.5% 가까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마리나베이샌즈를 포함, IR 두 곳이 영업을 시작한 후 1000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2016년 1500만명을 넘겼다. 아베 내각에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조차 카지노가 싱가포르에 도입된 후 부동산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마리나베이샌즈 부근의 고급 분양 맨션의 절반 정도를 화교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구입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싱가포르의 IR 시설을 직접 시찰한 후 카지노를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가 일본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해왔다.

일본은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계속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2013년 1000만명 수준이던 방일 외국인은 2017년에 2800만명을 넘었다. 세 배 가까이 껑충 뛴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에 성장 전략의 기폭제로 삼을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다.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모든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IR을 반대한다는 입장이 찬성한다는 여론보다 높았다. 반대가 76%인 여론조사도 나왔다. "일본은 파친코 중독자도 많은데 이젠 카지노 중독자를 양산하려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활성화 가능성도 있지만 도박 중독증이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미국의 카지노 업계와 친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력을 받아 IR법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아베 정부는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 내국인 카지노 출입은 주 3회로 제한하고 입장료로 6000엔을 받겠다고 했다. 또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하지만 일단 카지노 빗장이 풀리면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아 이 문제가 일본 정국에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장 일본 야당은 IR법의 세부 항목 331개를 중앙정부가 정하도록 돼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에 모든 것을 '백지위임'한 이 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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