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하반기 경제정책] 최저임금 부작용에 눈감은 경제분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는 올 상반기(1~6월)에 소득 및 고용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 원인으로 고령화, 임대료·카드수수료 등 갑(甲)의 횡포, 자동화·온라인화 등의 구조적인 요인을 거론했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최저임금 부작용에 눈감은 경제분석을 내놨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 양극화 등으로 저소득층 등의 일자리 및 소득 여건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임시·일용직과 영세자영업자에서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었고, 최하위 20% 소득이 감소해 분배 상황의 어려움도 심화됐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정부는 구조적 요인을 주로 거론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70세 이상 노인층 빈곤 확대 △영세자영업자의 과당경쟁 심화, 수수료·임차료·채무상환 등 비용부담 증가 △자동화·온라인화 등으로 미숙련·저소득 노동자 일자리 대체 등 3대 요인을 올해 고용와 저소득층 소득이 악화된 이유로 들었다. 올들어 급격히 악화된 고용, 소득분배의 원인으로 일종의 ‘만성 질환’을 꼽은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원인 진단이 현실에 부합하느냐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분기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원인이 경쟁 심화, 갑의 횡포, 온라인 판매 증가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망 붕괴 때문이라는 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지만 그게 최근 발생한 소득 감소를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최하위 20% 가구의 취업가구원 수는 가구당 0.73명에서 0.67명으로 10% 가량 줄었다. 또 평균 연령은 만 61.4세에서 63.5세로 2.1세 뛰었다. 일자리가 없고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고령자가 늘면서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6월말 현재 만 60세 이상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만6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증가(10만6000명)보다 15만명 가량 많다. 고령 취업자 증가와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 창출 능력 악화에 대해서는 눈감은 것이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저 상반기 경제운용 평가의 ‘사람중심경제 패러다임 전환 추진’ 항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있었다는 것만 언급됐다. 또 ‘최저임금 인상 및 산입범위 개편, 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정책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면밀한 관리 지원 병행’만 정책 과제로 거론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숙박 및 음식업, 시설관리 서비스업 등 영세 자영업자와 최저임금 수준 저소득 근로자가 많은 업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근로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도 높다. 하지만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거론되지 않았다.

고령자 일자리 대책은 정부 재정으로 연 8만개 가량의 ‘어르신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감소한 일자리를 정부 재정으로 메꾸겠다는 것이다. 올해 만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 증가(52만3000명)와 취업자수 증가(25만6000명)를 감안하면, 일자리 8만개를 더 늘리겠다는 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정부는 9월부터 노인 기초연금을 월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20% 고령자에 대해선 5만원 오른 월 30만원씩 지급키로 했다. 30만원 지급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졌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