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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삼성·LG 배터리 잘 나가는데, SK는 언제 흑자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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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지만 기술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2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2025년 30%를 확보해 선두업체로 올라서겠다.”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사장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연습게임이었고, 이제부터는 본게임”이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출하량은 295.8MWh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SK의 고민은 적자 사업인 배터리가 LG, 삼성처럼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조선비즈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설비를 확인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중국 배터리 약진 한국 기업에 ‘악재’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은 10위권 안에 들지 못 했다. 국내 경쟁사인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는 각각 4위(9.1%)와 6위(4.7%)를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 회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하락한 반면 중국 업체인 CATL(1위)와 BYD(3위)의 점유율은 각각 10.4%포인트와 2.5%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은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한국 기업에게 악재다. CATL은 독일 BMW, 폴크스바겐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해왔던 다임러까지 고객으로 확보했다. CATL은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10km 떨어진 코마롬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축구장 약 60개 규모(43만㎡)로 오는 2020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LG화학(폴란드), 삼성SDI(헝가리)도 유럽에 공장을 구축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기업들이 유럽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기술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적용 사례가 많아야 향후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데, SK는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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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SK이노베이션 제공



◇ 최소 10조원 배터리에 투자…2020년 이후 실적이 관건

김준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최소 10조원을 배터리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4월 이사회를 열어 중국 100% 자회사인 블루드래곤에너지에 864억원의 출자를 의결했다.

대신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이 2020년 20GWh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지난해 3382억원 적자, 2020년 1870억원 적자에 이어 2021년에야 손익분기점 도달이 예상된다”고 했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LG화학, 삼성SDI의 6~12%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2~3년 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은 너무 낙관적인 기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미래를 보고 결정한 것으로 수주 물량이 본격 공급되는 2020년 이후엔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투자자들의 인내가 요구된다”며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 폐지되는 2020년 이후 성과에 따라 사업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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