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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편의점 본사들 "우리도 죽을 맛… 최저임금 부담 왜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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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등 편의점 본사 2곳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편의점 점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가맹점주 부담을 가중시키는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한 편의점 임원은 "먼지떨이식으로 조사하면 무슨 문제라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사정은 안중에 없고, 희생양만 찾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영업이익률이 1%대로 추락했는데, 애꿎은 본사만 쥐어짠다" "공정위가 기업을 겁박하며 갑질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1%대로 추락한 편의점 영업이익률

국내 편의점은 5대 프랜차이즈 소속 4만개와 일반 편의점 3만개 등 총 7만개에 이른다. 인구 740명당 1곳으로, 2300명당 1곳인 일본보다 밀집도가 3배에 이른다. 지나치게 편의점이 많다는 얘기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1억~2억원 정도 투자하면 점포를 열 수 있어 퇴직자들이 몰렸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 쳤다.



점주 고통을 분담하라는 공정위 압박에 편의점 본사는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주요 편의점의 올 1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1%대로 떨어졌다. 업계 1~2위 CU와 GS25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4%대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각각 1.9%, 1.3%로 주저앉았다. 세븐일레븐은 0%였다.

업체에선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오르면서 가맹점주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상생안'을 내놓은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2013년 편의점 점주들이 경영 문제 등으로 잇따라 목숨을 끊은 이후 편의점 본사의 상생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CU는 지난해 12월 최대 4500억원을 5년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GS25는 지난해 7월 최저 수입 보장 등으로 연간 7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본사가 임대료 내는 위탁 가맹점은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



조선비즈



최저임금보다 임대료와 가맹비가 점주들에게 더 큰 부담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편의점 업계의 입장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가 전국 1만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점주가 부담한 월평균 인건비는 463만7000원으로, 총매출에서 상품 원가와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비를 제외한 총수익의 48.1%였다. 반면 임대료 비중은 25.9%였다.

복수의 편의점 관계자는 "가맹점의 40% 정도는 본사가 점포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원하는 위탁 가맹점 형태로 운영한다"며 "이럴 경우 가맹점주에겐 인건비 인상이 절대적 문제"라고 말했다.

신상우 전편협 공동대표는 "본부의 가맹비나 로열티 분배율 문제도 분명 논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점주·본사 갈등으로 몰아선 안 돼"

편의점 본사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비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사용 확산,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 도입 추진 등 공정위가 전날 발표한 대책에 대해 "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갈등을 부추기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업체 임원은 "매년 최저임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모든 점주가 가맹 수수료를 줄여달라고 하면 본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경영학)는 "가맹 사업에서 본사와 점주 등 당사자 사이의 상황이 변했다고 가맹 계약을 바꾸도록 강제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금도 가맹점주 단체가 있어 본사와 소통하고 협상한다"며 "개별 사업자들이 노조처럼 단체 행동권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김충령 기자;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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