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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게를 살려주세요"vs"개를 살려주세요"...초복날 개식용을 둘러싼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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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인식 확산되자 초복날에도 보신탕집 한산...“보신탕 좋아했던 사람들도 요즘은 주저해요”
개식용을 둘러싼 다른 목소리...“개 식용을 둘러싼 동물 학대 금지” vs “식용견과 반려견은 구분돼야”

17일 초복(初伏)을 맞아 서울시 중구 사직동에 위치한 보신탕 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10여 명의 사람들만 식당을 채우고 있었다. 20년이 넘게 보신탕집을 운영했다는 김선숙(65)씨는 “재작년에 비해서는 80%, 작년에 비해서는 50%가량 손님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보신탕집이 4곳이나 있었는데 다 망하고 없다”며 ” 우리도 밑져야 본전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초복날 보신탕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개식용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결과다. 실제로 17일 서울광장과 광화문에서는 각각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차례로 식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와 함께 개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동물해방물결이 주최한 ‘2018 황금개의 해 복날추모행동’에서는 약 2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농장에서 폐사한 11구의 개 사체를 가지고 추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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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8 황금개의 해 복날추모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개 도살 금지’, ‘정부는 개 식용 방관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날 집회에서는 개농장에서 폐사한 11구의 개 사체와 함께 대규모 침묵 추모 및 장례 행진이 열렸다./현민지 기자,김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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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달 표창원 의원이 ‘동물 임의도살 금지’를 골자로 한 동물보호개정법을 발의하자 동물권 단체들은 환영한 반면에 개 사육 농민들과 보신탕집 주인들은 ‘생존권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 개고기 식용 논란을 둘러싼 초복 날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개 식용에 가혹해진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광화문 근처에서 보신탕을 운영하는 A씨는 “워낙 동물보호단체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원래 보신탕을 먹던 사람들도 주저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입양하고, 동물복지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더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완용 강아지를 쓰지 않고 식용을 위한 개만 쓰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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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맞아 찾은 보신탕 집의 점심시간은 한산했다. 보신탕집 주인은 “동물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진 뒤로 보신탕집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말했다./현민지 기자 김유섭 기자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일반 시민들은 식용견과 반려견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모씨(28)씨는 “반려견을 먹는 게 아니지 않냐?”라며 “다른 고기는 다 먹으면서 반려동물로 키운다는 이유로 개식용에만 유독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납득이 안된다”라고 했다. 시골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개고기를 먹어왔다는 김모씨(27)역시 “영양학적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해서 먹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초복을 맞아 보신탕 전골을 먹었다는 김현준(41)씨도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개고기를 찾았다”라며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의사가 개고기를 권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뚜렷한 입장을 밝혔다. 말티즈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명진(27)씨는 “개를 도축하는 과정이 굉장히 잔인하다고 들었다”며 “다른 식품이 있는데 굳이 개를 먹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박모씨(29) 역시 “개고기는 과거 고기가 부족했을 때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먹은 음식일 뿐”이라며 “개고기보다 훨씬 좋은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지금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복날추모행동’집회에서 만난 김준원(49)씨는 “개 농장에서 죽어간 개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개식용을 반대하는 논리라면 ‘다른 고기도 다 먹으면 안 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소, 돼지, 말을 죽이면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개와 고양이를 죽일 때 고통을 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며 “잔혹한 학살과 비인간적인 사육 환경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의 죽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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